국민회의 김대중 총재의 비자금 공방과 신한국당 내분사태 등으로 혼미했던
10월정국이 지나면서 대권의 향방도 압축돼가고 있다.

특히 신한국당내 비주류의 좌장격인 서석재 의원과 김운환 한이헌 의원 등
부산출신 3인방이 예정대로 31일 탈당함으로써 이제 대선정국의 남은 변수는
여권후보단일화 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게 정치권의 대체적 시각이다.

서의원 등의 탈당이 단순한 세 국회의원의 당적변경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서의원이 이날 탈당의 변을 통해 "앞으로 추가 탈당할 의원들과 민주당
의원들을 규합해 10일이내에 원내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한
점은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서의원은 최근 민주당 이부영 부총재와 만나 조순 민주당총재의 승낙여부에
관계없이 원내교섭단체 구성방안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여론지지도 등 제반상황을 고려할때 조총재는 더이상 "대안"으로
거론될수 없다는 판단을 했다는 얘기다.

국민신당의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에 각각 내정됐다는 설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김운환 한이헌 의원은 이날 신한국당을 탈당한 직후 신한국당 출신
의원으로는 처음으로 나란히 신당에 입당했다.

이들에 이어 2일엔 김학원 박범진 의원 등 7명이 신한국당을 탈당한뒤
국민신당에 입당할 예정으로 있는 등 신한국당 의원들의 신당행이 줄을 이을
전망이다.

신한국당 내에서 전개되고 있는 국민연대 추진움직임과 서석재 의원이
당밖에서 주도하고 있는 국민연합 움직임이 맞물리면서 오는 4일 국민신당
중앙당 창당을 계기로 이인제 전경기지사의 지지도가 수직상승 곡선을 긋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자민련 김종필 총재가 DJP연대로 대권가도에서 중도하차하듯
민주당 조순총재는 신한국당 이회창 총재와 국민신당 이전지사와의 여권후보
단일화 경쟁기류 때문에 밀릴 수밖에 없게 됐다는 지적이다.

조총재가 곧 중대결심을 할 것일라는 얘기다 흘러나오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11월 대선정국은 "김대중-이회창-이인제" 3자구도로 단순화되면서
이회창 총재와 이전지사중 누구로 여권후보가 단일화되느냐가 관심의 초점이
된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서의원 등의 탈당이 신한국당 분당의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현재로서는 우세하지만 "새로운 결합"의 단초가 될 것이라는 반대해석도
없지 않다.

여권이 과연 끝없이 분열의 길로만 나가서는 될 것인가에 대한 회의론이
급부상하면서 유권자의 진정한 바람에 부응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여권표 결집을 바라는 민의의 소리를 이회창 총재와 이전지사가 더이상
외면할수는 없을 것이라는 기대섞인 관측에서 비롯된 것으로 봐야한다.

신한국당 주류 분위기가 "우리 갈길 간다"는 식이기는 하지만 "현실론"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는 점은 눈여겨볼만하다.

특히 1일 열릴 예정인 이총재와 이한동 대표 김윤환 박찬종 김덕룡 공동선대
위원장 등 5자회동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이런 연유에서다.

비주류내에서도 이전지사가 대안이라면 안된다는 인사들이 적지않은 것도
향후 여권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총재는 여론지지도면에서, 이전지사는 민주주의 원칙을 무시했다는 측면
에서 치명적 비교열위에 있기 때문에 양자가 어떤 모습으로 결합할지 자못
귀추가 주목된다.

여권관계자들은 그러나 이총재나 이전지사가 지금과 같이 계속 "외길"을
고집할 경우 대선승리는 비관적이며 따라서 여권성향 유권자들이 두 사람중
어느 한쪽에 표를 몰아주게 될 공산이 크나 이 결과 역시 불투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삼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