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섭(42)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원장은 검찰내에서 손꼽히는 통신
마니아.

10여년동안 쌓은 PC통신 및 인터넷 실력은 이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PC통신과 인터넷 전자우편으로 가까운 동료 검사와 수사 및 형사정책
자료를 주고 받기도 하고 컴퓨터 작업을 하다가 지루하면 멀티미디어를
이용해서 잠시 TV화면을 시청하면서 마음에 드는 화면을 저장했다가 다시
꺼내 보기도 한다.

그가 컴퓨터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89년 8월의 서울지검의 지적소유권
전담검사로 보임 받은게 계기가 됐다.

이때 피의자 참고인조사 공소장 불기소장등 하루일과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문서작성 및 관리에 걸리는 시간을 줄여보고자 워드프로세서
용으로 삼보 XT급 컴퓨터를 구입했다.

이어 91년 PC통신 천리안의 네트워크 동호회에 가입, 네티즌의 대열에도
합류했다.

그는 본격적인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수사에 뛰어들면서 컴퓨터와 통신의
세계에 깊이 빠져들게 됐다.

특히 91년 9월 부산지검 고등검찰관으로 발령받아 92년 한글2.0
불법복제사건을 담당하면서 소프트웨어업계의 법과 정의를 실현하는
보안관으로 명성을 떨쳤다.

이어 지난 94년부터 97년까지 대검찰청의 전산관리 담당관을 맡아
지난해 대검찰청의 인터넷 홈페이지 (http://www.sppo.go.kr)를 주도하면서
검찰의 전산화에도 앞장섰다.

그는 95년 인터넷에 개인 ID의 이름을 딴 "J피크닉"이란 가족 홈페이지를
열었다.

이 홈페이지는 정검사의 개인소개 및 가족광장을 비롯 저서 및 논문과
서유견문기 컴퓨터산책 시사칼럼등 다양한 내용으로 꾸며졌다.

특히 어느 법률가의 컴퓨터산책에서는 처음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타자연습을 하던 경험부터 컴퓨터 초보자로 바이러스에 감염돼
허둥거렸던 일 등 컴퓨터 초보자에게 도움이 될만한 얘기가 가득 담겨
있다.

이밖에 국내외 주요법률정보창고도 마련돼 전문가및 법학도에게 도움이
돼도록 했다.

그의 어린 아들인 기종이와 기홍이도 자바스크립트로 멋을 부린 전문가
뺨치는 홈페이지를 손수 제작, 아버지의 홈페이지에 연결시켜 부전자전의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전 부원장은 "전세계를 연결하는 인터넷 전자메일을 이용해 실제 업무에
큰 효과를 보고 있다"며 "이제 인터넷과 통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한다.

< 유병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