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가을, 가족애의 깊이와 중요성을 느끼게 하는 영화 3편이
우리 곁을 찾는다.

어린 소녀의 어머니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 (뽀네뜨), 극한 상황에 처한
어머니의 진지한 선택 (어느 어머니의 아들), 따스한 형제애로 가족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하는 (빅 나이트) 영화가 한꺼번에 개봉되는 것.

그리움 정치성향 유쾌함 등 3편의 분위기는 제작국 (프랑스 북아일랜드
미국)의 특성을 반영한 듯하다.

프랑스영화 "뽀네뜨" (감독 자끄 드와이옹)는 96년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따낸 소녀 뽀네뜨의 천진난만한 연기가 가슴을 저미는 영화.

자동차사고로 어머니를 잃은 소녀 뽀네뜨 (빅뜨와르 띠비졸)는 엄마의
죽음을 도무지 받아들일수 없어 온갖 방법으로 어머니를 찾으려 애쓴다.

성당에 가 기도하고 친구에게 들은 망자를 되살린다는 주문
(따리따쿰...)을 외고 하느님의 딸이 되는 시련도 용감하게 견디지만
엄마는 오지 않고 "엄마가 죽은 것은 네가 나쁜아이기 때문"이라는 친구의
심술궂은 말만 듣는다.

하지만 영화는 성장소설적 해법을 제시하고 소녀는 희망을 얻는다.

무덤가에서 하루를 보낸 뽀네뜨는 엄마 (의 환영)를 만나 가슴속 얘기를
모두 하고 "사람은 죽기 전까지 모든걸 누리고 생기있게 살아야 한다"는
충고를 듣고 내려온다.

등장인물 대부분이 4~5세 어린이며 카메라는 이들의 눈높이 (80cm)에
맞춰져 있다.

96년 피렌체 상파울로 터론토국제영화제상과 카톨릭협회상을 받았다.

"어느 어머니의 아들"은 81년 북아일랜드에서 일어난 실화에 기반한
영화.

감독 테리 조지는 "아버지의 이름으로",제작자 짐 셰리단은 "나의 왼발"
"크라잉 게임" 등 북아일랜드의 정치상황과 휴먼스토리를 진지하게
다뤄왔다.

"어느 어머니..."의 주인공은 북아일랜드연합군 (IRA) 출신으로 감옥에
수감된 아들을 둔 두 어머니.

감형과 처우개선을 내세우며 단식투쟁에 들어간 아들들이 아사직전에
놓이자 어머니는 아들을 살릴 것인지 그의 신념을 존중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이미 두 아들이 전사했고 자신 역시 정치적 신념이 강한 어머니
(피오놀라 플라나간)는 아들의 선택을, 평화주의자 어머니 (헬렌 미렌)는
생명을 택한다.

너무 잔인한 상황이고 도식적인 결말이지만 실화라는 점이 고개를
돌릴수 없게 만든다.

96년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과 97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빅 나이트" (감독 스탠리 투치)는 96년 선댄스영화제 최우수각본상을
받고 미국 비평가협회 최고의 영화로 선정된 작품이다.

함께 경영하는 이탈리아식당이 이웃식당에 밀리자 경영방식을 놓고
다투던 형제가 타협점을 찾아 식당을 되살리고 형제애도 찾는다는 줄거리.

파스타와 리조또 (이탈리아식 쌀밥요리)를 비롯한 갖은 화려한 음식이
화면을 메워 서구판 "음식남녀"를 연출하며 이탈리아인의 음식에 대한
철학에 가까운 고집이 인상적이다.

이자벨라 로셀리니, 캠벨 스코트 등 눈에 익은 얼굴이 출연한다.

3편 모두 11월8일 개봉.

< 조정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