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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미섬우화] (255) 제8부 누가 인생을 공이라 하던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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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년 공을 놓칠세라 이리로 왔습니다.

    제가 스물여덟살때 부터니까, 하아"

    그는 그 말을 하면서 괜히 쓸데 없는 소리를 했다고 후회했지만 이미
    쏟아놓은 물이다.

    "어머니 말을 들어야지요.

    그리고 여기 나왔으면 그런 말은 안 하는게 예의가 아닐까요?"

    "그렇습니다. 잘못 했습니다. 저는 늘 말을 잘 못 해서 야단을 맞습니다.
    이놈의 마우스가 문제지요"

    그러자 공인수는 이 어릿광대같은 사나이는 허우대만 멀쩡했지 정말
    멍텅구리같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류대학 약학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나왔다고 언젠가 제 자랑을
    하던 것이 생각나서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공박사님, 제가 허둥대는 것은 어려운 분 앞에 가면 뭔가를 저지르는
    병신같은 짓이지요.

    멀쩡하다가도 공박사님만 만나면 혀가 얼어붙고 두통이 나고 머리가
    어지러워집니다.

    눈이 빙빙 돌아요.

    아, 지구가 돌고 있구나. 하하하"

    그러면서 그는 두번째로 물 한컵을 또 엎지른다.

    그러자 그들은 하하하,웃어버리고 만다.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는 남자다.

    "이제 박부장 앞에는 물컵을 놓지 마세요"

    "아뇨, 자꾸 목이 마른데요.

    아가씨, 얼음을 잔뜩 넣은 물한컵 더 줘요.

    절대로 안 엎지를게. 냉수 마시고 속 좀 차리게"

    그날밤 박부장은 물컵을 서너번 더 엎지르고야 디스코테크를 나왔다.

    "11시가 넘었으니 이젠 집으로 가야지요"

    "아, 물론입니다.

    그런데 공박사님께서는 아가씨들 보다도 더 디스코를 잘 추십니다.

    정말 반했습니다.

    아프터는 약속을 해주시는 거죠?"

    "생각 좀 해봐야겠어요"

    스크루드라이버를 마신 그들은 약간 취기가 있었다.

    공박사는 주는대로 받아 마셨다.

    정말 취하고 싶은 날이다.

    "취하지 않으셨는지요? 그러면 운전을 못 하십니다.

    제가 해드릴게요.

    차는 여기 맡겼다가 내일 갖다 바치겠습니다"

    그 때 술이 약간 과했던 공인수가 휘청한다.

    그 찬스를 놓칠세라 박부장은 그녀를 슬쩍 안으면서, "큰 일 났습니다.

    제가 업어다 드려야겠습니다.

    아! 이 행운이여"

    "제가 애긴가요. 업게"

    그녀는 박광석이 너무 싱겁고 한없는 농담꾼이어서 편했고 편한 것 만큼
    마구 마셔댔다.

    아마 박광석이 엎지른 물만큼 마신 것 같다.

    그들은 운전수를 사서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는데 방향이 같은 박광석은
    공박사의 병원앞에서 내려 문앞까지 그녀를 에스코트 한다고 법석을
    떨었다.

    "저 박사님, 꼭 커피 한잔만 주세요.

    아니면 주스든지. 그러면 저는 여기서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겠어요"

    "지금은 밤 11시40분이에요. 그냥 돌아가세요"

    그래도 막무가내로 박광석은 안 떠나고 대문을 막고 서 있다.

    제주 돌하루방같은 뚝심을 보이면서.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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