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 500선마저 맥없이 무너질 정도로 증시를 침몰시킨 주범은
신용과 외국인매물이라는 내우외환이다.

신용매물로 중소형 개별종목이 무더기 하한가를 기록하며 체감증시를
썰렁하게 하고 있으며 지수관련 우량대형주에 외국인 매물이 몰려
종합주가지수를 끌어내리고 있는 것이다.

27일부터는 세계증시 동반폭락이라는 돌풍이 가세하고 있다.

신용 외국인매도 세계증시동반폭락이라는 삼각파도에 휩쓸려 증시가
난파위기에 몰리며 금융공황이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우선 세계증시 동반하락이라는 돌풍이 국내증시를 공황국면으로 몰아가고
있다.

세계증시 동반하락의 조짐은 지난 23일부터 있었다.

전날 기아그룹 법정관리 발표로 34포인트나 급등한 증시는 23일 홍콩증시가
폭락했다는 소식으로 하루종일 등락을 거듭했다.

기관의 "종가관리"로 이날은 소폭 상승했으나 24일부터 폭락장세로
돌아섰다.

세계증시 동반하락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 국내증시에 악재로 작용한다.

우선 홍콩주가하락은 중국의 주가하락을 초래하고 있다.

홍콩은 국내금융기관의 주요 해외자금조달 지역(96년중 42.4억달러,31.3%)
이고 중국은 기업의 수출지역이다.

이들지역이 주가하락의 후유증으로 환율이 오를 경우 자금조달과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가뜩이나 불안한 국내 금융시장과 수출전망에 먹구름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또 지난 87년10월19일 미국의 블랙먼데이 이후 각국의 주가동향도 국내
증시에는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당시 미국(20.61%) 홍콩(40.7%) 도쿄(14.9%)가 동시에 폭락한 뒤 미국은
1년3개월, 홍콩은 3년6개월이 걸려서야 당시 충격을 회복했으나 일본은
6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일본경제의 기본체력이 가장 셌다는 얘기다.

반면 우리나라 경제체력은 그다지 강하지 않은 편이다.

당시에 한국증시는 개방되지 않아 영향을 받지 않았으나 지금은 세계증시
동조화의 한복판에 있다.

주가하락이 불가피하며 회복되는데도 어려움이 있을 거라는 분석이다.

외국인들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한국주식을 바겐세일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는 설명이다.

국내요인으로는 기아그룹문제가 법정관리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긴 했으나
기아그룹 총파업 등으로 갈길이 먼 실정이다.

또 증시가 극도로 불안해지면서 자금.외환시장에도 난기류가 흐르면서
기업부도 우려감도 다시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신용매물이다.

주가하락으로 담보가 부족한 신용계좌에서 반대매매가 쏟아져 나오면서
중소형 개별종목들이 무더기 하한가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28일 하한가 종목이 연중최다를 기록한 것은 이에 따른 것이다.

외국인 매도는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신용은 "만기연장"이나 "반대매매
유예" 등을 통해 악성매물을 줄여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 홍찬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