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김 정치 청산"의 기치로 김영삼 대통령과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 모두에게
칼날을 들이대며 승부수를 던진 주류측은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이총재의
지지율이 급락한 것으로 나타나자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특히 김영삼 대통령의 탈당 요구 등 초강수에도 불구하고 지지도가 3위로
고착되면서 "반이"측의 후보사퇴 공세가 드세질 조짐을 보임에 따라 주류측의
고민은 깊어가고 있다.

이총재를 지지해온 주류측 일각에서도 여론조사 결과를 "충격"으로 받아들이
고 관망파 의원들 사이에서 "이회창 불가론"이 확산돼 당지도부는 위기감에
사로잡힌 상태다.

하순봉 총재운영특보는 "마음대로 되지 않아 걱정이 많다"면서 "우리는
우리가 할일을 할 뿐이나 마땅한 대책이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하특보는 또 비주류 진영의 공세가 강화되고 관망파 의원들도 비주류 진영에
가담할 가능성이 높아진데 대해서는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주류측은 그러나 여러 악재에도 불구, 특별한 묘약이 없는 이상 이번주중
으로 당 조직을 친이인사들로 개편하는 등 친정체제 구축을 통해 현 상황을
돌파해 나갈 방침이다.

이총재의 발목을 붙잡는 비주류 인사들을 당에서 솎아내고 분당을 감수하고
서라도 조기에 당직을 개편하는 것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해당행위를 한 비주류측 인사들에 대한 징계조치를 취하기 위해
주류와 비주류가 섞여 있는 당기위원회를 조만간 전원 주류측 인사들로
재편키로 했다.

이총재의 한 측근은 "지지율 하락은 당내 비주류들이 이총재 후보사퇴를
요구, 당내에서 서로 치고 박는 모습을 보임에 따라 빚어진 것"이라며 "나갈
사람은 나가고 이총재로 대선을 치르겠다는 사람들로 빨리 하나가 돼야 된다"
고 이같은 주류측의 기류를 대변했다.

이총재측은 시.도별 필승전진대회를 예정대로 개최키로 하고 27일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자파 위원장들만 참석만 가운데 "서울지역 필승결의대회"
를 개최하는 등 비주류와의 한판 대결을 앞두고 집안단속에 나섰다.

그러나 이날 대회는 비주류파 중도파 의원들이 대거 불참, 47개 지구당중
절반을 겨우 넘는 28명의 위원장이 참석해 ''반쪽짜리 대회''가 됐다.

특히 이한동대표 박찬종 김윤환 김덕룡 선대위원장 등이 다른 일정을 이유
로 대회에 불참한데다 이만섭 이홍구 고문이 격려사를 고사, 이총재와
김중위 서울시 지부장이 치사와 대회사만 하는 등 일정에 차질을 빚어
주류측의 향후 행보를 어둡게 했다.

<김태철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