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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나고싶었습니다] 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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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4번.

    현재 근무중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식구중 전입순서가 가장 빠른
    연구원의 개인번호다.

    주인공은 전통과학기술센터장인 최주(64) 박사.

    KIST 초대원장이었던 최형섭 전 과학기술처장관을 따라 지난 67년 KIST에
    발을 디딘지 어느덧 30년.

    내년이면 정년퇴임식과 함께 연구 최일선에서 한걸음 물러나야 하지만 요즘
    처럼 그의 연구의욕이 북받쳐오르는 때도 없다.

    우리의 전통과학기술에 담긴 신비를 파헤치려 노력해온 지난 세월이 올초
    전통과학기술센터의 설립으로 제대로된 모양을 갖추게 됐기 때문이다.

    사실 전통과학기술에 대한 시선은 냉담하기 그지 없었다.

    어느 누구도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모두가 첨단만을 외치며 유행따라가기에 급급했다.

    그는 그러나 남이 볼세라 들을세라 목소리를 낮추고 없는 시간을 쪼개
    애정을 키워 왔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결과는 크게 돌아왔다.

    모두가 믿어 의심치 않았던 역사적 사실을 바꿔 놓기도 했다.

    전통속에 담긴 우리선조들의 과학기술 슬기를 꼼꼼히 따지고 밝혀 민족적
    자긍심을 살려 냈다.

    =======================================================================

    [ 만난 사람 = 김재일 < 과학정보통신부 기자 > ]

    -언제부터 전통과학기술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까.

    "KIST에 들어온 후 10여년간 전자 현미경으로 쇠만 들여다보았습니다.

    금속장이가 할 일이었지요(그는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인하대에서
    금속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러던중 우리 전통유물에 대한 관심이 깊어졌어요.

    우리 선조들은 과연 어떻게 쇠를 만들었을까, 지금의 수준과는 어떻게
    다를까.

    아직도 풀리지 않는 이 비밀이 궁금했던 겁니다.

    70년대 초반부터지요.

    전국의 박물관을 돌아다니며 연구자료를 찾았지요"

    -유물을 얻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안줍디다.

    미세조직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파편을 얻어야 하는데 쉽게 내줄리 있나요.

    틈틈이 각지를 돌아다니며 수집하고 아는 사람들을 찾아가 구걸하다시피
    할수 밖에요.

    요즘은 좀 알려져서 그런지 분석의뢰도 많이 들어와요"

    -왜 전통과학기술에 대한 연구를 고집하셨습니까.

    "취미로 시작한 것이기는 하지만 전통과학기술은 시사하는 것이 많아요.

    세월을 거꾸로 사는 것 같지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토대를 다지기 위한
    것이지요.

    요즘의 쇠는 쉬 녹슬어 없어지지만 옛날의 쇠는 1천년이 넘어도 멀쩡합니다.

    8만대장경도 숨쉴수 있게 옻칠을 해 지금까지 남아 있는 거지요.

    미국 퍼듀대의 셔비교수가 발견한 고탄소강의 초소성도 이미 기원전에
    알려져 있었어요.

    그만큼 배울것이 많다는 겁니다.

    첨단으로 이어질수 있는게 무궁무진하지요.

    발굴된 유물의 진위여부를 확실히 가리는데도 활용될수 있고요"

    -그동안 많은 연구결과를 내놓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청동기에는 아연이 들어 있다는게 정설이었습니다.

    아연첨가설이지요.

    북한의 논문에 근거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를 금속학적으로 분석해 아연이 들어 있지 않다는 것을 입증,
    고등학교 국사교과서에서 아연첨가설을 빼도록 했지요.

    충남 보령군 평나리에서 출토된 유리구슬은 기원전 5세기 것인데 2백만볼트
    의 텐덤형 가속기로 비파괴검사한 결과 우리고유의 기술로 만들었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그 당시 중국것과는 달리 바륨이 포함되지 않은게 밝혀진 것이지요.

    그전까지는 기원전 2세기부터 유리를 만들었으며 그것도 중국에서 흘러
    들어온 것이라는게 정설이었죠.

    청동기도 기원전 5세기께 한반도로 유입돼 기원전 4~1세기 비파형동검으로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납분석을 통해 한반도의 납과 구리가 사용
    되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지요.

    신라시대 토기의 유약성분을 분석해 1천2백50도로 구워냈다는 사실도
    알았고요"

    -첨단 연구활동도 하셨는데요.

    "굵직한 것으로는 초내열합금이 있습니다.

    섭씨 1천도의 고온에서도 산화 부식을 일으키지 않고 기존 합금보다 수명이
    5배나 긴 세계최고의 초내열합금(KM-1601)을 개발했지요.

    93년의 일입니다.

    지금은 이것보다 더 좋은 합금을 개발해 미국에 특허출원중이지요.

    곧 나올 겁니다"

    -전통과학기술센터장으로 현재 추진중인 과제는 어떤게 있는지요.

    "고대 제철기술을 복원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입니다.

    옛날 그대로의 방식으로 철을 녹이고 철기를 제작해 보는 것이지요.

    경북 청도에 옛날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2명의 노인이 살고 있는데 이분들
    을 모셔 실제 전통 가마솥을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일본의 경우 지난 69년 철강협회주도로 고대 다다라니 제철법을 복원했고
    이를 통해 첨단 철강소재 개발연구를 진행중입니다.

    검은 색을 띠는 오동에 대한 연구도 꼽을수 있습니다.

    건강한 남자오줌을 이용해 동의 색깔을 검게 하는 우리고유의 비밀을
    밝히는 것이지요"

    -전통기술에 대한 연구기반이 아직 취약하다고 들었습니다.

    "2백명인 전통과학기술학회 회원이 곧 3백명으로 늘어나지만 아직
    멀었습니다.

    문화유산의 해라지만 행사만 있을뿐 과학이 없는게 안타까워요.

    유물발굴만해도 그래요.

    매년 3만점 가까이 발굴되지만 보존처리시설이나 기술은 하나도 확립되어
    있지 않아요.

    박물관도 항온.항습 기능을 갖춘 곳이 드물고.

    몇년전 있던 유물이 부서져 없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보존처리시설과 기술이 완벽해질 때까지 발굴을 중단해야 합니다.

    90년 경주에서 발견된 주물터도 아파트 짓느라 뭉개버려 이제는 찾아볼수
    없어요.

    당시 일본의 아사히신문도 고대 동양최대의 제철소라며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인데 10년이 안되어 사라진 것은 문화유산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그만큼
    형편없다는 것을 말해 주지요"

    -전통과학기술에 쏟아부은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까.

    "후회는 안합니다.

    다만 젊고 총명했을 때 일찍 뛰어들지 않은 것이 아쉬워요.

    다시 강조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청동기시대란 말은 있지만 과학적 증거는
    없어요.

    역사를 확인하고 그 독창성을 드러내 자긍심을 되찾기 위한 전통기술연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동양최고의 과학기술서를 번역하셨다면서요.

    "천공개물입니다.

    3백60년전 중국 명조말엽 송응성이란 사람이 지은 것으로 동양의 기술발전
    에 크게 기여한 책입니다.

    미래를 향한 기술개발에 적잖은 시사점을 던져줄 겁니다.

    우리나라의 천공개물이라고 할 수 있는 조선 중엽 이규경의
    오주서종박물고변을 번역하고 여건이 된다면 우리나라 고대야금사도 써볼
    생각입니다"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십니까.

    "요즘은 무릎이 안좋아 잘은 못합니다만 산을 즐겨 탑니다.

    젊었을 때는 암벽타기도 마다하지 않았지요.

    조기출퇴근의 규칙적인 생활(새벽 1시에 일어나 컴퓨터로 연구결과 등을
    정리하고 7시에 출근해 오후 4~5시정도에 퇴근한다)을 계속 유지할 겁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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