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대통령후보 경선 당시 그 어떤 경선주자들 보다도 반이회창 입장
이었던 이한동 신한국당 대표가 24일 당내에서 일고 있는 후보교체론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며 사실상 이총재를 지지하는 듯한 행보를 취하고
있어 당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대표는 이총재와 극한 감정대립 관계에 있는 김영삼 대통령과 전날
저녁 단독 회동까지 한 터여서 더욱 더 많은 억측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이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후보를 교체할 시간도 없으며 또
그래서도 안된다"고 밝혔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이총재의 김대통령에 대한 탈당 촉구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대선을 엄정하고 중립적으로 관리할수 있도록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대표는 그러나 이날 오전 당사에서 열린 "이회창 지지" 대회장에서 결의문
채택시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등 다소 아리송한 처신을 했다.

어쨋든 그동안 주류, 비주류간의 세대결에서 한발 비켜서 있던 이대표가
비주류인 민주계와는 다소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나름의 정치적
계산이 끝났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이대표는 우선 자기와 뿌리가 다른 민주계와 장래를 함께 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윤환 고문계를 비롯한 상당수 민정계가 이총재 지지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홀로서기"에 대한 불안감이 작용했으리라는 것이다.

이와함께 일부에서는 이대표의 주류측 가담에 대한 "반대급부설"도 나오고
있다.

핵심은 당권인데, 이대표로서는 대선 승패에 관계없이 당권을 보장받게
되면 향후의 정치적 입지에서 불리할게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신한국당의 패배가 거의 확실시 되는 "대선 이후"를 노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대표는 또 민주적 절차를 거쳐 당선된 대선후보를 부정하는데 따른
명분상의 취약성도 고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대표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후보교체론에 대해 "당원의 총의에 의해
선출된 후보가 있는데 무슨 소리냐"면서 "정도를 가겠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수 있다.

당내에서는 이대표의 이번 선택에 대해 "정도"를 택했다는 평가와 여권에만
몸담아온 "이한동의 한계"라는 비판적 시각이 혼재하고 있다.

<박정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