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은 19세기 미국.

지적이며 아름답고 부유한 젊은여성 (니콜 키드만)이 있다.

많은 청년의 애정공세를 받지만 영혼과 육체를 동시에 끄는 격정적인
사랑을 기다리는 그에게 그들의 구애는 우스울 뿐.

조건좋은 신랑감을 차례로 거절하고 이탈리아로 떠난 그가 드디어
운명적인 사랑을 만났다.

상대는 강렬한 눈빛이 인상적인 중년남자 (존 말코비치).

둘은 서둘러 결혼하지만 결혼생활은 이상과 다르다.

"여인의 초상"은 "피아노" (93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의 여성감독
제인 캠피온의 신작.

여성영화의 1인자로 꼽히는 그가 20세기초반 영국작가 헨리 제임스의
원작을 영화화해 제작단계부터 "여성심리에 대한 정교한 해부"로 기대를
모았다.

배우 니콜 키드만과 존 말코비치, 작곡가 마이클 니만 ("피아노"
음악담당) 등 일급진용도 기대 요인.

이 영화가 탐구하는 것은 "지적이며 자기 세계를 지키려는 여성, 사랑과
결혼에서도 자기방식을 고집하는 여성"이다.

그리 대단한 희망도 아니건만 19세기 서구 귀족사회의 엄격한
관습때문인지, 아니면 단지 "나쁜" 상대를 만나서인지 이 꿈은 비극으로
끝난다.

존 말코비치의 결혼 동기는 돈.

정부 (바바라 허쉬)와 둘사이의 딸을 위해 재산을 가로채려는 그는
아내에게 냉정하다.

정신적 학대를 견디지 못한 니콜 키드만은 임종이 가까운 친척오빠를
만나기 위해 남편곁을 떠나 영국으로 가고 거기서 자기 재산은 죽어가는
오빠가 몰아준 이모의 유산 덕이라는 것과 그의 지극한 사랑을 알게 된다.

영화는 진취적인 여성의 노력에 대해 극히 비판적이다.

돈도 없고, 가문에서 권하지도 않은 상대를 만나 불행해진 것은 "관습을
부정한 벌"로 비치기까지 한다.

배우의 연기는 극적이고 탁월하며 심리묘사는 극히 섬세하다.

영상과 음악도 뛰어나다.

하지만 줄거리는 20세기말 여성의 감성과는 거리가 있다.

11월1일 서울극장 개봉.

< 조정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