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의 예로 보아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소비자들은 조명과 침실가꾸기,
그리고 목욕에 관심을 쏟는다고 한다.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시대로 들어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조명과 침실가꾸기에 이어 최근들어서는 목욕, 다시말해서 목욕용품과
목욕탕 인테리어가 주요 관심대상의 하나로 떠올랐다.

얼마전까지만해도 목욕용품은 머리감을 때 쓰는 샴푸와 린스, 그리고 몸에
칠하는 비누가 전부였다.

거품이 넘쳐나는 욕조에 누워 콧노래를 부르며 휴식을 취하는 모습은
영화속에서나 볼 수있는 장면으로 치부됐다.

하지만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우리의 목욕문화도 많이 달라졌다.

우선 목욕용품이 크게 늘어났다.

웬만한 가정이면 바디클렌져나 비디로션, 샤웨젤 등은 갖추고 있을 정도다.

거품목욕용 버블바스와 방향제를 구비해 놓은 집도 적지 않다.

목욕용품이 뜨고있다는 것은 목욕용품 전문매장이 잇달이 개설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잘 알 수 있다.

국내에 목욕용품 전문점이 등장한 것은 불과 2년전.

화장품업체인 오스카의 "에코아일랜드"가 시초이나 목욕용품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는 업체는 이미 30여개로 늘어났다.

이들이 전국에 개설한 목욕용품 전문점은 3백개를 웃돈다고 업계 관계자들
은 말한다.

체인점 뿐만이 아니다.

롯데 신세계 현대등 백화점들도 생활용품매장에 별도의 목욕용품 매장을
꾸며 놓고 있다.

목욕용품 전문점이나 백화점 매장에서 취급하고 있는 제품및 용품수는
보통 1천여가지.

비누 보디클렌저 보디스킨 샴푸 린스등 제품류를 비롯해 스펀지 헤어브러시
타월 가운 등 갖가지 용품류까지 머리에서 발끝까지 목욕에 관한한 없는게
없다.

목욕용품 전문점 "바티네트"를 운영하는 에바스샴바드의 최재덕본부장은
"목욕용품전문점의 증가와 매출액등을 놓고 볼대 관련시장이 1년 사이에
3배이상 성장했다"며 "경제적 여유와 맛물려 목욕문화가 발달할수록
소비자들은 비누 샴프 보디클렌저등의 제품을 하나 선택하더라도 자신의
독특한 취향에 맞는 것을 찾게 된다"고 설명했다.

목욕문화가 입욕중심에서 샤워로 바뀌면서 소비자의 욕구도 다양해질수
밖에 없다.

소비자들도 단순한 세정기능 외에 향과 기능이 다양한 제품들을 찾게 된다.

이들 전문점들은 꽃향기 과일향 초코향 박하향등 천연향을 살린 갖가지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또 여름철 보송보송한 피부를 유지하게 해주는 파우더첨가 보디로션, 발의
부기를 없애주는 풋로션, 임신중 압력으로 생기는 다리의 피로와 부기를
풀어주는 수딩레그렐 등 기능성 제품들도 다양하다.

국내 목욕용품시장은 선진국과 비교하면 아직은 걸음마 단계 수준이다.

목욕용품도 국산보다는 수입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화장품회사가 운영하는 바디네트나 에코아일랜드 정도가 자체상품을 내놓고
있으나 비중은 15% 미만이다.

목욕용품의 타깃층이 20-30대 여성에 국한되어 있는데다 목욕문화의 변화가
수요확대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아 화장품업체들이 선뜻 신제품개발및 생산
확대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목욕용품 판매업소들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50%이상이 자신이 사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선물용으로 구입한다.

제품의 가격대도 9백-22만원대까지 다양해 젊은여성들 사이에 선물품목으로
적당하다.

특히 디자인과 색상이 아름다운 목욕용품들은 원래의 목적외에 욕실을
꾸미는 인테리어소품으로도 활용할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전문점에서 파는 제품들이 실용성보다는 용기의 디자인이나 제품색상
등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에코아일랜드 노석지주임은 "이러한 현상은 아직 국내 목욕용품시장이 도입
단계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선진국처럼 목욕탕에 관련된 입욕
시장의 확대와 더불어 목욕용품시장은 급팽창할 것"으로 전망했다.

<손성태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