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일본 관료사회 '자살열풍' .. 사기 곤두박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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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관료사회가 초상집이다.
자살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 관료는 대표적인 엘리트집단이었다.
관료와 자민당 그리고 기업이 삼두마차가 돼 경제발전을 주도했다는 극찬을
받아 왔다.
그러나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과중한 업무는 여전하지만 세상인식은 "규제만 하려드는 무능한 집단"으로
돌변하고 말았다.
우리와 비슷한 양상이다.
아무리 무덤덤한 사람이라도 살맛을 잃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일본의 종합주간지 아에라는 최근호(10월20일)에서 "심신이 지쳐버린
관료들이 죽음을 선택하고 있다"며 그 심각성을 보도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올들어 중앙부처 관료중 자살한 사람은 8명이다.
대장성 농수산성 우정성등 부처도 다양하다.
최근 수년동안 한해 1-2명이 자살할 뿐이었고 지난해에도 자살자가 3명에
그쳤던 점을 감안하면 보통 일이 아님을 알 수있다.
더구나 올해는 한 사람이 죽음을 택하면 며칠 후 또 다른 관료가 목을 매는
경우가 많았다.
앞사람의 죽음이 하나의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이는 뒤이은 죽음.
관료들의 사기가 극도로 저하돼 자살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정부의 집계에 따르면 국가공무원중 95년 자살자는 1백4명이었다.
사망자(9백39명)의 11%가 스스로 어려운 선택을 했다.
자살이 어느덧 암 심장병에 이어 죽음의 3번째 리스트에 올라 있는 것이다.
과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지난달 목을 맨 A과장의 사례는 관료들이 겪는 격무를 여실히 보여준다.
40대 중반인 그는 도쿄대학 법학부를 졸업한 후 경제부처에 들어갔다.
동기생들과 어깨를 나란히 승진가도를 걸어 왔다.
한때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최근엔 겉보기에 아무 이상이 없는
우수한 관료일 뿐이었다.
그러나 지난 7월 다른 국으로 발령받았고 이때부터 자신을 옥죄는 주변
상황을 절감하게 된다.
새롭게 업무를 파악하다보니 밤12시 귀가가 다반사였다.
주말이 돼도 팩스로 밀려드는 일거리는 그치지 않았다.
어렵사리 얻은 여름휴가.
고향에서 쉬고 있던 그는 이곳에서도 업무로부터 해방되지 못했다.
웃사람으로부터 업무추진상황을 묻는 전화가 계속 걸려온 것이다.
결국 중간에 휴가를 단념한 그는 바로 업무에 복귀해야만 했다.
그는 평소와 달리 관료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목을
매고 말았다.
A과장의 사례를 볼 때 일본관료의 죽음은 개인적으로 "누적된 피로"와
사회적으로 "낮아진 평가"가 어우러진 결과다.
물론 자살을 결정하게 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자살자들중에는 우울증을 앓았던 병력을 가진 경우도 있다.
또 일부에서는 이들이 원래 나약한 인간들이라고 치부하기도 한다.
도쿄대 와세다대등 소위 일류대학을 나와 탄탄대로를 걸었지만 이들이
살아온 세계는 책과 문서에 파묶힌 "가상현실"에 지나지 않았다는 얘기다.
세상은 정보기술의 혁명을 바탕으로 급속하게 포스트산업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조직은 집단이기주의를 내세워 종종 변화에 둔감한 속성을 내비친다.
"무능한 집단"으로 내몰려 자살을 선택하고 마는 일본의 관료.
한국의 관료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 것 같다.
< 박재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1일자).
자살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 관료는 대표적인 엘리트집단이었다.
관료와 자민당 그리고 기업이 삼두마차가 돼 경제발전을 주도했다는 극찬을
받아 왔다.
그러나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과중한 업무는 여전하지만 세상인식은 "규제만 하려드는 무능한 집단"으로
돌변하고 말았다.
우리와 비슷한 양상이다.
아무리 무덤덤한 사람이라도 살맛을 잃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일본의 종합주간지 아에라는 최근호(10월20일)에서 "심신이 지쳐버린
관료들이 죽음을 선택하고 있다"며 그 심각성을 보도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올들어 중앙부처 관료중 자살한 사람은 8명이다.
대장성 농수산성 우정성등 부처도 다양하다.
최근 수년동안 한해 1-2명이 자살할 뿐이었고 지난해에도 자살자가 3명에
그쳤던 점을 감안하면 보통 일이 아님을 알 수있다.
더구나 올해는 한 사람이 죽음을 택하면 며칠 후 또 다른 관료가 목을 매는
경우가 많았다.
앞사람의 죽음이 하나의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이는 뒤이은 죽음.
관료들의 사기가 극도로 저하돼 자살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정부의 집계에 따르면 국가공무원중 95년 자살자는 1백4명이었다.
사망자(9백39명)의 11%가 스스로 어려운 선택을 했다.
자살이 어느덧 암 심장병에 이어 죽음의 3번째 리스트에 올라 있는 것이다.
과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지난달 목을 맨 A과장의 사례는 관료들이 겪는 격무를 여실히 보여준다.
40대 중반인 그는 도쿄대학 법학부를 졸업한 후 경제부처에 들어갔다.
동기생들과 어깨를 나란히 승진가도를 걸어 왔다.
한때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최근엔 겉보기에 아무 이상이 없는
우수한 관료일 뿐이었다.
그러나 지난 7월 다른 국으로 발령받았고 이때부터 자신을 옥죄는 주변
상황을 절감하게 된다.
새롭게 업무를 파악하다보니 밤12시 귀가가 다반사였다.
주말이 돼도 팩스로 밀려드는 일거리는 그치지 않았다.
어렵사리 얻은 여름휴가.
고향에서 쉬고 있던 그는 이곳에서도 업무로부터 해방되지 못했다.
웃사람으로부터 업무추진상황을 묻는 전화가 계속 걸려온 것이다.
결국 중간에 휴가를 단념한 그는 바로 업무에 복귀해야만 했다.
그는 평소와 달리 관료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목을
매고 말았다.
A과장의 사례를 볼 때 일본관료의 죽음은 개인적으로 "누적된 피로"와
사회적으로 "낮아진 평가"가 어우러진 결과다.
물론 자살을 결정하게 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자살자들중에는 우울증을 앓았던 병력을 가진 경우도 있다.
또 일부에서는 이들이 원래 나약한 인간들이라고 치부하기도 한다.
도쿄대 와세다대등 소위 일류대학을 나와 탄탄대로를 걸었지만 이들이
살아온 세계는 책과 문서에 파묶힌 "가상현실"에 지나지 않았다는 얘기다.
세상은 정보기술의 혁명을 바탕으로 급속하게 포스트산업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조직은 집단이기주의를 내세워 종종 변화에 둔감한 속성을 내비친다.
"무능한 집단"으로 내몰려 자살을 선택하고 마는 일본의 관료.
한국의 관료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 것 같다.
< 박재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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