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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을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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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을숙도가 철새도래지로 보존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을숙도 일대는 1966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받아 왔고
    국제자연보호연맹까지도 "동양 최대의 철새 도래지"로 공인할 만큼 철새의
    낙원이었다.

    부산광역시 사하구 하단동에 속하는 을숙도는 강물에 운반되어온 미세한
    토사가 쌓여 만들어진 낙동강 하구의 섬으로 89만6천여평의 늪지대다.

    해발 1m이하의 평지에 수로가 미로처럼 뻗어 있고 수로를 따라 높이
    2~3m의 갈대가 자라 숲을 이루고 있다.

    이 숲은 강물과 바닷물이 서로 어우러지고 간만의 차가 심해 먹이가
    풍부한데다 기온도 따뜻해 철새들이 깃들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80년대초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을숙도에는 1백38종 10여만마리의 철새가
    찾아들었다.

    황새 저어새 재두루미 느시등 천연기념물을 비롯 오리 갈매기 농병아리
    아비 매 수리 등 갖가지 철새의 안식처였다.

    그러나 강 유역과 섬 인근에 들어선 공단에서 폐수가 흘러들고 87년
    하구둑의 완공으로 섬 일부가 물에 잠기면서 생태계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그 결과 해마다 도래 철새가 줄어들어 요즈음엔 20여종 1만~2만여마리로
    급감했다.

    그런 가운데 부산시는 을숙도에 쓰레기 매립장을 만들어 환경오염 피해를
    가중시켜 왔는가 하면 이번에는 사하구가 불법으로 갈대를 베어낸 자리에
    대규모의 유채꽃 단지를 조성하다가 시당국의 제지로 중단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이렇게 되어 가다가는 멀지않아 철새를 찾아볼수 없는 을숙도가 되리라는
    것은 너무나 확연하다.

    그동안의 사태진전으로 보아 중앙관리부처인 문화재관리국은 을숙도의
    훼손을 강건너 불처럼 방관해 왔고 부산시와 사하구등 지자체는 문화재
    보호를 방기한채 개발이라는 지역이기주의에만 매달렸다는 책임을 면할수
    없게 되었다.

    한번 훼손된 자연은 그것을 개발함으로써 얻어지는 이익의 몇십,
    몇백배를 쏟아부어 복원한다 하더라도 원상으로 되돌려질수는 없다.

    문화재관리당국은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그 보호에 나서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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