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이 16일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를 포괄적 뇌물수수, 조세포탈 및
무고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해옴에 따라 검찰의 수사착수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순용 대검 중수부장은 16일 "신한국당의 고발장 접수는 범죄사실을
수사해 달라는 법적인 의사표현으로 지금까지 보도자료 등으로 발표된
주장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 전제, "검토가 끝나면 서울지검에 고발장을 곧
내려보내 사건을 처리케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검찰은 일단 이번 고발건을 "통상적인 고발사건의 예"에 준해서
처리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통상적인 절차란 대검을 통해 접수된 고발장을 서울지검에 보내면 지검은
고발사건 대장인 "고제번호"를 부여한뒤 자료 검토후 사건을 검사에 배당
하는 것.

사실상 수사는 이 번호가 부여되면서 시작되며 이때부터 "광의의 수사"가
시작되는 셈이다.

이후 서울지검이 형사사건으로 분류하는 "형제번호"를 부여하면 고발인
참고인 및 피고발인 소환조사 등으로 이어진다.

다만 사건이 대검에서 서울지검으로 옮겨가더라도 검찰수뇌부와의 협의없이
지검 단독으로 정식 사건번호를 부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대검중수부 과장들이 서울지검 부장검사를 겸하고 있어 대검 중수과장에게
사건을 배당하면 자연스레 대검 중수부가 사건을 담당하게 되기 때문.

그렇지만 고발장 접수후 3개월이내에 수사를 종결하는 것을 의미하는
"통상적인 절차"란 훈시규정에 불과한 만큼 이에 구애받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고발인 및 참고인 소환조사 등 "협의의 수사"에 나서는 시기는 여론의
향배와 정치적 부담을 고려해 신중히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김현철씨나 한보사건과는 달리 수사촉구 여론이 의외로 약한데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건드려 정치판의 희생양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작용한 때문이다.

혼탁한 정치싸움의 소용돌이에 검찰이 휘말려서는 안된다는 지적과 검찰
고유의 수사권을 발동해 국민의혹을 해소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검찰내부
에서도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도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검찰은 이에따라 오는 20일 고검장회의때까지 광범위하게 검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이를 수사착수 여부의 중요한 변수로 삼겠다는 내부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튼 DJ비자금 의혹이라는 "럭비공"이 어디로 튈지는 모르나 그 파문은
대선을 앞둔 여야나 검찰의 위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

< 김문권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