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섬우화] (242) 제8부 누가 인생을 공이라 하던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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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의 어머니 강은자 시인은 공박사의 칼칼하고 쌀쌀맞은 성미를 잘
풀어헤쳐서 부드럽게 매만질 수 있는 이큐 높고 마음씨가 좋은 여자였다.
초등학교 동기요, 여고까지 동기동창인 소꿉동무였다.
"얘, 너 요새 왜 그렇게 우울하니?"
강은자는 직감적으로 공박사의 기분을 진단했다.
"이 강은자 시인에게 이실직고 하라구. 너 요새 술마시고 싶지?"
"그래,마시고 싶다"
그들은 국민학교를 나온 이래 최고로 가까워진 그런 기분으로 서로를
털어놓는다.
다만 의대 동기동창인 민박사하고 연애했다는 사실만은 빼놓고.
"실연을 당했을 리는 없고, 네가 누군데"
강여사는 그녀를 아주 과대 평가하고 있다.
공박사같이 매력적이고 차가운 여자가 설마 실연을 당할 리는 없기
때문이다.
둘은 저녁에 만나 재즈바에 가서 한잔 하기로 하고 전화를 끊는다.
3년전에 많은 유산을 남기고 죽은 남편 덕분에 벼락부자 미망인이된
강은자는 요새 남편 사망 3주기를 넘기자 몸이 근질근질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녀는 가끔 압구정동에 있는 재즈바 뉴오리언스 3층에 갔는데
거기서 그녀에게 추파를 던지는 미남 웨이터녀석에게 은근히 관심이 생겨
있었다.
"아줌마, 오늘은 왜 이렇게 이쁘게 하고 오셨어요? 새 아줌마도 너무
너무 멋있다. 어서 오세요"
그 녀석은 몸을 비비틀면서 애교를 살살 떤다.
그가 주문을 받고 가자 공박사가 묻는다.
"얘, 저 계집애같이 생긴 애 쟤 뭐니?"
"내가 여기 단골손님 이니까, 호호호. 얼마나 귀엽냐? 남자기생 같지
않니? 쟤 때문에 내 인생이 다 즐겁다니까"
"여기 남자기생도 있니?"
"그럼. 여기 어디 단란주점에 가면 남자아이들이 시중 들어주고
화대받는대. 그리고 아프터를 따라나가면 거금도 받고 그런대. 임자 없는
여자들 살판 났어"
"망측한 소리 다 듣겠구나. 그러다가 에이즈 옮으면 어쩔려구?"
"한국에도 그 병 많다며? 너는 의사니까 잘 알겠구나.
어떻게 그 병 걸린 것 알 수 없을까? 말하자면 수청들려는 남자가
환자인지 아닌지 아는 방법이 없을까?"
강은자 시인은 무척 진지하게 묻는다.
사실 공인수 자신이 민박사하고만 지낸 것도 에이즈 예방을 옹골차게
계산했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강은자의 이런 질문도 그녀 나름대로는 무척 심각한 질문일
것이다.
"현재까지의 의학적 지식 가지고는 겉으로 나타난 어떤 특징도 없고
또 진행도 늦어서 균의 잠복기간이 오년 십년, 아주 긴 사람도 있으니까
뾰족한 수가 없어. 에이즈검사를 받고 오너라, 그래야 너를 살 수 있다.
이렇게 하기 전에는 방법이 없는 죽음의 병이 바로 에이즈야"
"아이구 고약하기도 하지. 하나님은 우리의 도덕적 타락을 벌주고 계신
거야. 그러니까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우리는 그 사랑의 순간을 마음대로
가질 수 없는 거야"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5일자).
풀어헤쳐서 부드럽게 매만질 수 있는 이큐 높고 마음씨가 좋은 여자였다.
초등학교 동기요, 여고까지 동기동창인 소꿉동무였다.
"얘, 너 요새 왜 그렇게 우울하니?"
강은자는 직감적으로 공박사의 기분을 진단했다.
"이 강은자 시인에게 이실직고 하라구. 너 요새 술마시고 싶지?"
"그래,마시고 싶다"
그들은 국민학교를 나온 이래 최고로 가까워진 그런 기분으로 서로를
털어놓는다.
다만 의대 동기동창인 민박사하고 연애했다는 사실만은 빼놓고.
"실연을 당했을 리는 없고, 네가 누군데"
강여사는 그녀를 아주 과대 평가하고 있다.
공박사같이 매력적이고 차가운 여자가 설마 실연을 당할 리는 없기
때문이다.
둘은 저녁에 만나 재즈바에 가서 한잔 하기로 하고 전화를 끊는다.
3년전에 많은 유산을 남기고 죽은 남편 덕분에 벼락부자 미망인이된
강은자는 요새 남편 사망 3주기를 넘기자 몸이 근질근질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녀는 가끔 압구정동에 있는 재즈바 뉴오리언스 3층에 갔는데
거기서 그녀에게 추파를 던지는 미남 웨이터녀석에게 은근히 관심이 생겨
있었다.
"아줌마, 오늘은 왜 이렇게 이쁘게 하고 오셨어요? 새 아줌마도 너무
너무 멋있다. 어서 오세요"
그 녀석은 몸을 비비틀면서 애교를 살살 떤다.
그가 주문을 받고 가자 공박사가 묻는다.
"얘, 저 계집애같이 생긴 애 쟤 뭐니?"
"내가 여기 단골손님 이니까, 호호호. 얼마나 귀엽냐? 남자기생 같지
않니? 쟤 때문에 내 인생이 다 즐겁다니까"
"여기 남자기생도 있니?"
"그럼. 여기 어디 단란주점에 가면 남자아이들이 시중 들어주고
화대받는대. 그리고 아프터를 따라나가면 거금도 받고 그런대. 임자 없는
여자들 살판 났어"
"망측한 소리 다 듣겠구나. 그러다가 에이즈 옮으면 어쩔려구?"
"한국에도 그 병 많다며? 너는 의사니까 잘 알겠구나.
어떻게 그 병 걸린 것 알 수 없을까? 말하자면 수청들려는 남자가
환자인지 아닌지 아는 방법이 없을까?"
강은자 시인은 무척 진지하게 묻는다.
사실 공인수 자신이 민박사하고만 지낸 것도 에이즈 예방을 옹골차게
계산했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강은자의 이런 질문도 그녀 나름대로는 무척 심각한 질문일
것이다.
"현재까지의 의학적 지식 가지고는 겉으로 나타난 어떤 특징도 없고
또 진행도 늦어서 균의 잠복기간이 오년 십년, 아주 긴 사람도 있으니까
뾰족한 수가 없어. 에이즈검사를 받고 오너라, 그래야 너를 살 수 있다.
이렇게 하기 전에는 방법이 없는 죽음의 병이 바로 에이즈야"
"아이구 고약하기도 하지. 하나님은 우리의 도덕적 타락을 벌주고 계신
거야. 그러니까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우리는 그 사랑의 순간을 마음대로
가질 수 없는 거야"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