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대기업들이 창립행사를 취소하고 협찬지원규모를
대폭 줄이는등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갖가지 노력을 펼치고 있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창립 60주년을 맞아 내년 3월 열기로
했던 "삼성 엑스포"행사 자체를 취소했다.

삼성은 당초 용인 에버랜드에서 대규모 기념행사를 치르기 위해
계열사인 제일기획에 행사개최준비를 의뢰, 준비 작업을 벌여 왔으나
불황여파에 따른 사회분위기를 반영해 개최방침을 전격 철회했다고 밝혔다.

한국전력도 내년초 전력공급사업 1백주년을 맞아 대형 이벤트업체를 동원,
대규모 기념행사를 갖는 방안을 추진해왔으나 당초 사업예산을 크게 줄여
행사규모를 축소해 열기로 했다.

한전측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타임캡슐을 마련하는 등 간단하게 행사를
치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시티은행 한국3M 등은 정기적으로 개최해오던 체육대회와
창립기념행사를 취소하거나 간단하게 치르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협찬이나 기부활동분야에서도 대기업들의 예산절감운동은 적극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대우그룹은 지난해 각종 외부행사에 50억원의 협찬금을 대우가족 이름으로
지원했으나 올해는 35%가량 준 32억5천만원 정도만을 내놓기로 했다.

그룹 관계자는 내년에도 경기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협찬규모는 더욱 줄 것이라고 밝혔다.

LG그룹은 협찬금으로 잡아놓은 자금의 일부를 그룹이미지 광고 등으로
활용함으로써 예산절감효과를 간접적으로 거두고 있다.

LG그룹은 최근 들어 협찬지원요청이 크게 늘고 있는 추세지만 그룹
이미지홍보 및 사회파급효과 등을 면밀히 분석, 선별적으로 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기업들이 각종 문화활동을 후원하는 메세나활동도 위축되고 있다.

한국기업메세나 협의회에 따르면 대기업들의 잇딴 부도로 1백61개
회원사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되며 메세나 활동이 부진한 상황이다.

이같은 대기업들의 "허리띠 졸라매기"현상은 내년에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주먹구구식으로 지원되던 협찬이나 기부여부도
구체적인 기대효과를 짜임새있게 분석해 결정하는 방향으로 예산안을
마련중이다.

< 이익원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