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인들의 목표는 오직 하나다.

좋은 광고를 만들어 광고주의 성장에 일익을 담당하는 것이다.

요즘같은 불황기에는 좋은 광고를 만드는 일이 특히 더 중요하다.

경기가 좋을 때는 광고가 썩 좋지 않아도 그런대로 제품이 팔린다.

하지만 경기가 나쁠 때는 다르다.

움츠러든 소비자들의 소비욕구를 부추겨 제품을 조금이라도 더 팔리도록
하려면 광고가 좋아야 한다.

좋은 광고는 무엇일까.

답은 명백하다.

상품이 많이 팔리도록 해주는 광고다.

상품이 많이 팔리려면 우선 소비자에게 상품을 기억하게 해 구매욕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광고가 눈길을 끌어야 한다.

광고회사들이 눈에 띄는 광고를 만들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눈에 띄는 광고는 한마디로 ''튀는 광고''.

밋밋한 광고는 불황기에 살아남지 못한다.

생명력이 짧아 광고가 나온지 얼마 안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게 마련이다.

금까라기같은 광고주를 경쟁사에 빼앗기기에 딱 십상이다.

요즘 광고는 그야말로 튀지 못해 안달이다.

어떻게든 소비자들의 눈길을 붙잡고 움츠러든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기울이고 있다.

최근 나오고 있는 튀는 광고들의 유형을 각양각색이다.

광고내용면에서는 웃기고 보자는 식의 유머광고에서 선정적인 내용의 광고,
세태풍자광고 들이 눈에 띈다.

광고형식면에서는 한번에 2편이상의 광고를 제작 방영하는 멀티스폿광고,
같은 주제하의 광고를 연속으로 제작하는 시리즈광고, 옛날에 히트했던
광고를 부활시킨 리메이크형광고들이 있다.

모델차별화를 통해 튀는 광고를 만들기도 하고 광고카피나 심지어는 등장
인물을 거꾸로 뒤집는 ''거꾸로 광고''도 등장했다.


[1] 유머광고

튀는 광고의 백미는 뭐니뭐니 해도 배꼽을 움켜잡게 하는 유머광고다.

더구나 불황으로 우울해진 사람들에게 신제품을 기억시키려면 웃기는게
최고라는 게 광고인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유머광고는 주류 화장품 의류 제약 자동차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나오고
있다.

유머광고의 대표는 OB맥주광고.

영화배우 박중훈과 최종원이 등장하는 이 광고는 극적인 반전과 코믹한
얼굴표정으로 유머광고의 돌풍을 몰고 왔다.

콧물과 기침 재채기로 일그러진 얼굴표정을 희화화한 고려제약의 하벤광고,
빵을 사기위해 도로변에 차를 세워두고 빵을 사갖고 나왔을 때 불법주차로
견인돼 가는 차를 보면서 "세상에서 가장 비싼 빵을 샀다"고 절규하는 파리
바게뜨광고, 철창속의 죄수가 간수옆에 놓인 맥주를 눈으로 마시는 카프리
맥주광고, 박중훈과 이경영의 코믹연기가 돋보이는 엔크린휘발유 광고 등
유머광고는 비일비재하다.

"튀는 광고=유머광고"라는 등식이 성립될 정도로 지금은 유머광고의
르네상스시대다.


[2] 선정성 및 동성애적 광고

라미화장품의 카타리나지오 광고는 두명의 여자모델이 거의 반라로 나와
묘한 눈길을 보내며 서로의 얼굴을 쓰다듬고 있는 레즈비언풍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동원산업의 해조미인광고에서는 비에 흠뻑 젖은 채시라가 열정적으로 몸을
흔들며 춤을 춘다.


[3] 세태풍자.자아비판형 광고

오리온 후라보노껌의 "내란죄"광고가 대표적이다.

아내 몰래 조성한 비자금으로 삼겹살에 소주를 먹고 지하철을 타 주변사람
들에게 심한 입냄새를 풍긴 남자를 지하철내란죄로 고발한다고 하자 법대로
하라고 큰 소리치는 이 광고는 세태를 풍자함으로써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여.야 대변인의 "회초리광고"로 화제를 모은 하이트맥주광고도 이
유형이다.

그런가하면 SK텔레콤의 "핵폭탄광고"는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
상황에서 잘못을 시인하고 책임지겠다는 자아비판형 광고로 튀는 광고가
됐다.


[4] 멀티스폿 광고

카스맥주는 올초 따귀편과 키스편의 2개광고를 동시에 제작 방영, 멀티스폿
광고의 장을 열었다.

카스맥주에 뒤이어 하이트맥주, 크라운제과의 죠리퐁과자도 한꺼번에
2~4편씩 광고를 만들어 번갈아가며 내보내고 있다.

이는 똑같은 광고를 계속 봐야 하는 소비자들의 식상함과 지루함을 덜어
주면서 광고노출효과를 높이기 위한 아이디어다.


[5] 시리즈 광고

동일한 컨셉트의 광고를 2~3개월마다 주기적으로 새로 만들어 집행하는
방식.

치열한 광고전을 벌이고 있는 이동통신업체들은 거의 모두 시리즈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맥주회사들도 시리즈광고의 주역들이다.

모델을 거의 바꾸지 않은채 장기간 계속해서 같은 주제의 광고를 내보냄
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제품특성을 일관되게 전달, 인지도를 높이려는
전략이다.


[6] 리메이크형 광고

70~80년대 히트했던 광고를 요즘에 맞게 리메이크한 광고로 단기간에
제품인지도를 높이고 오랫동안 장수하는 히트제품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효과를 내고 있는 광고들이다.

해태 맛동산과 부라보콘, 농심의 소고기면광고도 여기에 속한다.


[7] 모델파괴형 광고

여성화장품광고에 남자모델을 기용, 광고주목도를 높이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여성화장품 오데뜨에 남자탤런트 안재욱을 모델로 등장시키고
동양화장품은 코팩광고에 배용준을, 오리리화장품은 립스틱광고에 박중훈을
내세웠다.


[8] 거꾸로 광고

"뭔가 다르게 생각해야 성공한다"는 상식파괴에 기초를 두고 모델과 글씨
그림을 거꾸로 뒤집어 놓는 광고들이다.

독도를 뒤집어 놓은 동양매직의 가스레인지 "독도사랑"광고, 직원을
거꾸로 세워 놓은 E마트광고, "뉴텍세일"이라는 글자를 거꾸로 돌려놓은
뉴텍컴퓨터의 세일광고 등 이 유형의 광고는 튀는 광고로 각광을 받고 있다.

색다른 광고로 경기불황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광고회사들의 노력은 지금
이 순간에도 멈추지 않고 있다.

앞으로 또 어떤 형태의 튀는 광고들이 나올지 기대된다.

광고맨들은 외친다.

"튀는 광고여, 경제도 튀게 만들어라"라고.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