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경협 활성화 방향 ]]

조건식 <통일원 교류협력국장>

지난 88년 "7.7선언"이후 남북교역을 통해 물꼬를 튼 남북간 경제분야
교류협력은 초창기 단순교역에서 현재는 위탁가공 교역으로 활발해지고 있다.

반세기가 넘도록 정치.군사적으로 상호 대립해온 상황을 감안할 때 제한된
분야이기는 하나 최근 몇년간의 접촉과 교류협력의 성과는 분명 분단사에
있어 의미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정부는 90년 8월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을 제정 시행, 법적 근거를
마련한데 이어 94년 11월 8일 "남북경협 활성화조치"를 발표, 경제분야
교류협력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그 결과 남북경협을 위한 우리 기업인의 북한주민접촉은 지금까지
5천8백여명이 승인됐고 북한을 방문한 남한기업인수는 경수로건설 사업
지원인원을 제외하고도 3백여명에 이르고 있다.

88년에 시작된 남북간 교역의 총실적은 97년 8월말 현재 14억4천만달러이며
96년에는 2억5천만달러를 기록, 중국과 일본에 이어 북한의 세번째 교역대상
으로 자리잡았다.

올들어 지난 8월말까지 교역실적은 2억달러 규모로 96년 동기 대비 22%가
증가했다.

그러나 교류와 협력을 통해 주민들간의 접촉점을 증대시켜 화해와
신뢰회복에 기여하며 경제난을 해소, 북한체제의 안정적 변화와 개방을
유도하려는 우리의 목표가 기대에 못미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남북간 경제교류와 협력이 현단계 수준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몇가지
장애가 해소돼야 한다.

우선 북한식 체제생존전략에 따른 개방정책의 한계가 극복돼야 한다.

북한지도부가 경제관리 메커니즘을 여전히 주체사상으로 대변되는
통치이념과 유일적 영도체계의 정치제도와 연계시켜놓는 한 서방기업뿐만
아니라 우리기업에도 유리한 투자환경이 형성될 수 없다.

또 경협을 위한 보다 효율적인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남북교역량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는 것은 당국간 협의에 의한 직교역체제
(최단거리를 이용한 직접수송 직접통신 직접결제 등)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간접비용이 증가, 기업들이 민족내부거래에 따른 이점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당국간 대화가 안되면 모든 교류협력사업을 할 수 없다는
"톱-다운(top-down)"방식을 취하기보다는 경협이 분단관리와 통일과정에서
갖는 전술적 전략적 가치를 고려, "바텀-업(buttom-up)"접근방식에 의한
대북 경협정책을 꾸준히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북한은 당분간 중국식의 개혁지향적인 개방보다는 나진.선봉 자유경제무역
지대 개발방식과 같은 체제수호적인 제한적 부분적 개방을 통한 경제회생
전략을 견지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단계에서는 교역이나 투자의 전단계로서의 위탁가공 확대에
주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소규모 시범적 협력사업을 중심으로 경협을 꾸준히 추진하되 본격적인
남북경협은 투자보장 등 당국간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후 추진해 나가는
것이 좋다.

정부는 최근 북한이 취한 나진.선봉지역의 경제개혁조치들에 주목하고
있으며 이지역을 동북아지역의 국제물류 중심지, 연계관광 중심지로
발전시키는데 적극 참여할 방침이다.

이지역은 사회간접자본시설이 미비해 우리기업이 개별적으로 진출하는데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우선 공단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