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신한국당에 의해 폭로된 국민회의 김대중총재의 "비자금관리설"이
연말 대선 정국의 "태풍의 눈"으로 등장했다.

5자구도가 굳혀지지 않은 상황인데다 합종연횡의 가능성등으로 인해 아직
까지도 상당히 유동적인 대선구도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특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는 김총재로서는 마지막
관문인 자민련 김종필총재와의 DJP연합 성사를 목전에 둔 상황이어서 자칫
하면 다 잡았던 대선게임을 놓치지나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신한국당의 주장에 불과하지만 만약 비자금 관리설이 구체적인
증거와 함께 현실로 드러날 경우 김총재로서는 정치적 치명타를 입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여야 구분없이 이번 사태의 파장이 어떻게 귀결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민회의측은 내심으로는 "경악"에 가까운 위기감을 느끼면서도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고 강삼재총장을 포함한 신한국당 지도부에 대한
법적 대응을 선언하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여권인사들은 그러나 "비자금" 폭로는 청와대측이나 신한국당 이회창총재측
이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비장의 카드일 가능성이 높다며 그런만큼 사실일
가능성도 크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이들은 비자금이 사실로 확인된 이후의 정국변화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선구도는 어떻게 재정립되고 당내 비주류의 움직임은 둔화될 것인지,
또 성사단계에 왔던 DJP연합이 물건너가고 이총재와 자민련 김총재간의
제휴가 가능할지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여권핵심부는 이총재가 지지율을 끌어올려 김대중총재를 추월하는
식의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정권창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사생결단
의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분분한 추측이 일고 있지만 김대중 총재의 비자금 사건이
본인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 있겠지만 여타 다른 후보중 특정 후보에게
결정적으로 유리한 국면이 형성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태로 국민회의측의 폭로전에도 불이 붙을 것으로 예상돼 정국이
걷잡을 수 없는 혼미에 빠져들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하는 인사들도 없지
않다.

또 김대중총재가 도덕성에 상처를 입더라도 지지율이 급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는 인사들도 더러 있다.

그만큼 김총재 지지세의 응집력이 강하다는 얘기다.

김대중 총재의 "비자금"은 검찰에 의해서든 어떤 형태로든 조만간 사실
여부가 드러날 것으로 보여 연말 대선구도는 물론 정치권 전체에 메가톤급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 박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