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은 홍콩주민들이 주권회복후 처음으로 맞이한 중국 건국기념일.

이들에겐 그러나 오랫만에 찾아온 연휴라는 것 외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

불꽃놀이를 비롯한 다양한 경축행사도 이들의 연휴를 더욱 다채롭게 해
주는 하나의 방편에 불과했다.

8일로 중국에 귀속된지 1백일이 되는 홍콩차이나에서는 이렇듯 외견상 큰
변화의 기미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변화는 그러나 예기치 못한 곳에서 찾아오고 있다.

동남아통화위기라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 그동안 홍콩이 쌓아온 "안정된
경제"에 대한 국제적 신뢰감이 조금씩 위협받고 있다는 것.

물론 동남아통화위기의 직격탄에서는 간신히 벗어나긴 했지만 그 여파가
예상외로 홍콩경제에 큰 주름살을 남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의류업을 비롯한 홍콩의 소매부문이 큰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통화홍역"으로 인한 주변국들의 경제난과 구매력위축으로 홍콩 소매부문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어서다.

의류업체인 조이스 부티끄사 로버트 도미니치사장은 "의류소매상들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 봉착해 있다"고 토로했다.

장사는 안되는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세계 최고의 임대료는 떨어질줄
모르고 있어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게 도미니치사장의 지적이다.

사실 지난 7월 홍콩의 소매부문 매출은 전년대비 6.7% 증가에 그쳤다.

5월(10%), 6월(8%)과 비교해 증가율은 갈수록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소매업이 맥을 못추는 원인은 소매부문의 큰 버팀목인 관광산업의
침체에서 찾아볼 수 있다.

홍콩의 관광산업도 동남아통화위기로 최근 몇달간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관광은 섬유산업과 함께 홍콩의 주요 외화수입원이자 소매부문 전체 이익의
15%를 차지하는 핵심 전략산업.

홍콩정부는 7월1일 반환이후 1백일을 "경이의 1백일"로 지정하고 다양한
관광상품으로 외국관광객유치에 나섰다.

결과는 그러나 "대실패의 1백일"로 막을 내렸다.

지난 8월 홍콩을 찾은 관광객수는 전년대비 24.4% 줄어든 82만명에 불과
했다.

반환특수로 한껏 기대를 모았던 지난 7월에도 65만8천여명으로 35.2%나
줄었다.

필립 마 홍콩소매업협회회장은 "동남아통화위기로 홍콩달러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나타내면서 홍콩이 더이상 매력적인 시장으로 남기 힘들게 됐다"고
진단했다.

마회장은 "6개월전 가졌던 낙관론은 이제 잠시 접어둬야할 시점이 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피터 처초우스 모건 스탠리 아시아지역 책임자도 "동남아통화약세로
경쟁국들은 10~30%가량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를 보고 있어 상대적으로
홍콩의 설자리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홍콩전문가들은 소매부문의 이같은 약세장은 최소한 내년까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조이스 부티끄등 동남아지역국가를 상대한 장사를 벌이고 있는
기업들은 동남아통화위기의 여진에서 당분간 헤어나기 힘들 것으로
점쳐진다.

다행히 싱가포르 태국등 동남아국가들과는 달리 국제적인 환투기로부터
화폐가치를 성공적으로 방어함으로써 홍콩은 국제금융중심지로서의 체면은
겨우 세웠다.

하지만 그 여파로 안정적인 성장이 트레이드마크였던 홍콩경제 자체에
대한 신뢰감에 흠집이 생길 경우 의외의 상황으로까지 번져갈 수도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래서 둥젠화(동건화) 홍콩특별행정구 행정장관이 이끄는 홍콩차이나가
반환 1백일을 맞이해 미국과 주변동남아국가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경제외교
를 펼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김수찬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