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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상민칼럼] 공약을 요구하는 국민 ..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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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경제는 한마디로 놀랍다.

    1.4분기 4.9% 2.4분기 3.6%를 기록한 높은 성장률 1년전에 비해 1.5%선에
    그치고 있는 물가.

    사실상 완전고용을 의미한다는 4%대의 실업률 등 어느 것 하나 탓할게
    없다.

    GM 포드 등 자동차메이커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 첨단산업 주요대기업들의
    순익이 모두 크게 늘어난 추세이고 보면 다우존스주가지수가 8.000선을 넘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것도 당연하다.

    이같은 미국경제의 대성공, 6년째 계속되고 있는 장기 활황의 원인은
    무엇인가.

    그린스펀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은 지난 7월 의회에서 "지금
    미국경제가 성공한 이유를 정확히 설명하기는 어렵다.

    기술 발전 등으로 인한 여건변화가 기업들의 수익성증대를 가져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만이 원인이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행간의 의미를 되새겨 봐야 할 함축성있는 표현이 아닌가 싶다.

    어쩌면 미국경제의 "성공"은 현재의 미국경제 활황을 비판적으로 보는
    사람들, 곧 지금의 활황이 "실업의 공포에 바탕하고 있다"고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의 풀이에서 원인을 찾는 것이 옳을 지도 모른다.

    대대적인 대기업들의 구조조정작업이 없었다면 미국경제가 오늘의 활기를
    되찾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보는게 설득력이 있다.

    감정적으로 내키지 않는 일이지만, 리스트럭처링이란 명목으로 대량해고를
    단행한 미국대기업 최고경영자들의 공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가 된다.

    한꺼번에 수천 수만명을 해고한 이들 "학살자"의 명단에는 GE의 웰치를
    비롯 IBM의 거스너, GM의 스미스, 맥도널드의 그런버그, AT&T의 알렌 등
    미국 주요대기업 최장들이 모드 포함된다.

    대통령인 클린턴 역시 예외라고 하긴 어렵다.

    대통령취임이후 무려 24만명의 공무원을 줄였으니까.

    언제 어디서건 고용감축이 괴로운 일일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일자리를 잃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물론이고 이를 단행해야 하는 최고경영자
    역시 절대로 하고 싶은 일은 아닐 것이다.

    GE의 웰치회장이 과잉인역을 대량해고한 결과 "중성자탄"이란 별명이
    붙었다지만, 누군들 남의 가슴에 못을 박는 인기없는 일을 하고 싶어 할리는
    없다.

    그런 점에서 높은 자리는 그만큼 힘든다고 할 수 있다.

    싫은 일이라도 해야 할 일이라면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 책무니까.

    특히 이해관계자가 다양한 공적인 업무를 맡을 사람이라면 하기 싫은 일이
    라도 해야 하고, 당연히 욕을 먹을 각오도 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인기에만 편승한 정치인이 끼치는 해악은 다음 세태에까치 미치게 마련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아르헨티나의 페론이다.

    임금의 물가연동제를 도입하고 사회보장제를 대폭 확대한 페론이즘이
    엄청난 인플레를 체질화하는 등으로 오늘까지도 후유증을 남긴 것은 우리가
    되새겨야 할 교훈이다.

    대통령선거가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쏟아지고 있는 갖가지 공약을 슬기롭게
    판별할 현명함이 긴요해지고 있다.

    그린벨트를 대폭 완화하고 수도권북부 등의 개발제한도 해제하겠다는
    얘기도 나왔고, 농가부채를 덜어주겠다는 해묵은 얘기도 또 되풀이됐다.

    증권투자원금보호제란걸 도입하겠다는 구상도 제시됐다.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면서 중소기업청은 부로 승격시키겠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대기업에 대해선 규제를 완화하고 중소기업에 대해선 활력있는 경영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등의 들어서만 좋을 뿐 곰곰이 따지면 무슨 일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종잡을 수 없는 소리도 적지 않다.

    무책임한 공약에 겹쳐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대통령선거를 집단민원을
    해결할 기회로 삼으려는 경향이 팽배하고 있다는 점이다.

    각종시험을 일요일에 치르는 문제를 놓고 기독교계와 불교계가 힘겨루기를
    벌인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고, 심지어 남자들의 미용실출입을 못하게 해야
    한다는 이용업계와 이에 반대하는 미용업계간 신경전도 빚어지고 있다고
    한다.

    각 지방마다 숙원사업에 대한 대통령후보들의 다짐을 받아놓기 위해
    지자체장들이 발벗고 나서는 등 경쟁이 가열돼 지자체간 이해를 달리하는
    개발사업의 겨우 한 후보가 여기서 하는 얘기와 저기서 하는 얘기가 다를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기도 하다.

    훌륭한 국민만이 훌륭한 지도자를 가질 수 있다는 얘기를 뼈저리도록
    되새기게 하는 상황이라고 해도 큰 잘못이 없을 것 같다.

    나라 경제가 경쟁력을 상실, 불황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 국면이고 보면
    정말 구조조정이라는 어려운 일을 할 수 있는 지도자가 목마른 형편이지만,
    돼가는 상황이 이지경이고 보니 걱정스러운 것은 당연하다.

    하기 싫은 일, 인기 없더라도 해야할 일은 하는 지도자가 정말 필요한
    상황이란 걸 다시한번 인식해야 한다.

    나라사정이 어려운 만큼 국민들이 더 많은 짐을 져야 한다고 정직하게
    요구할 수 있는 지도자, 이익단체의 압력에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지도자,
    그래서 국가적인 현안을 해결해낼 수 있는 지도자를 갖기위해 우리 모두가
    뭔가 생각하는 접이 있어야 할 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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