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는 환경문제(그린라운드)가 국가와 기업의 흥망을 좌우할
것입니다. 우루과이라운드에서의 기초농산물 수입자유화 경험을 교훈삼아
중장기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국경없는 무역전쟁의 도전과 기회"(21세기북스)를 펴낸 안영환(55)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수석연구위원.

세계무역 현장에서 25년동안 일한 그는 "도전을 기회로 활용할줄 아는
사람만이 경쟁에서 이길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에서는 감자를 이용한 1회용 스푼과 포크등 "그린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사용후에는 가축사료로 쓰여 환경보호와 실용성을 동시에 충족
시켜 주죠"

정부대표단 자문역으로 20여회나 무역협상 테이블에 앉았던 그는 "OECD
회원국으로서 우리나라는 과중한 환경보호의무와 무역자유화 개발도상국
지원등 많은 짐을 짊어지고 있다"며 "이같은 요인이 무역성장의 족쇄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체질개선에 성공하면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될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과 일본에 대한 선진국들의 제재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고
"차기 경쟁라운드(CR)는 GATT와 WTO에서 손대지 못했던 민간무역장벽 수술로
옮겨갈 전망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통상마찰 해결책은 양국간 불균형무역의 축소조정보다 "동일산업
내 협력확대"에서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반덤핑과 보조금문제도 통상분규의 불씨.

통상대국을 꿈꾸는 나라는 국가간 무역전쟁의 뇌관인 보조금문제를 제1의
연구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세계화의 의미도 무한경쟁이라는 말보다 공정하면서도 보호막없는 자유
경쟁이라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는 특히 유럽통합 과정에 주목하고 "99년 유럽의 단일통화가 유통되기
시작하면 국가주의적 고정관념은 엄청나게 흔들릴 것"이라고 단언했다.

"통합과 분열의 이율배반적인 시대가 펼쳐질 21세기에는 유럽이 세계시장을
주도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는 올해초 동남아 자본시장의 혼란을 예견하기도 했다.

자본은 방랑자같아서 이익이 날만한 곳에 머물며 이윤을 챙기다가 상황이
나빠지면 곧장 떠나버려 94년 멕시코 페소화 폭락으로 빚어진 자본시장
붕괴가 방콕과 콸라룸푸르 홍콩 베이징 서울에서도 재연될 것이라는 예측이
그것.

그는 국경이 없어질수록 자본의 투기성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정읍 태생인 안씨는 연세대사학과를 나와 73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입사, 국제경제부장과 취리히 함부르크 부다페스트무역관장을 지냈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