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인체에서 최고의 VIP대접을 받는 기관이다.

무게는 1.5kg 정도로 체중의 2%에 불과하지만 산소와 포도당 소모량은
20%를 넘는다.

다른 장기는 지방이나 단백질을 분해해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지만 뇌는
유독 포도당이란 최고급 연료만 사용한다.

출혈과 같은 위기상황시 심장이 최우선적으로 혈액을 공급하는 곳도 바로
뇌다.

뇌세포는 또 불과 며칠을 못버티고 죽고마는 위나 장의 점막세포와는
달리 태어날 때 형성된 모양 그대로 평생토록 분열하지 않고 제 수명을
유지한다.

뇌가 이같이 특별대우를 받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심장박동부터 창조적영감까지 인간의 모든 활동을 제어하는 최고의
중추이기 때문이다.

뇌의 역할은 이처럼 중요하지만 인간은 정작 자신의 뇌에 대해선 너무도
무지하다.

입자물리학에서 천체물리학의 세계까지 물질계에 대해선 속속들이 알고
있지만 뇌에 관한 연구만은 아직도 걸음마 단계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그러나 마지막 남은 이 미지의 영역을 정복하기 위해 최근 선진국들이
기울이고 있는 노력은 "21세기는 뇌의 시대"라는 말을 실감케 한다.

선진 각국은 뇌에 관한 연구가 국가경쟁력을 좌우한다는 판단아래 사람의
두뇌와 유사한 지능형 로봇 등 뇌과학분야와 각종 뇌질환 치료약 개발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다.

미국은 89년 부시 대통령이 의회에서 역사적인 "뇌의 10년"을 선포한
이래 정부차원에서 뇌연구를 총력지원해 사상 최초로 뇌세포 배양과 이식에
성공하는 등 많은 수확을 올렸다.

이에 자극된 일본은 최근 미국보다 한걸음 더 나아가 21세기를 "뇌의
세기 (Century of Brain)"로 선포하고 올해부터 20년간 2조엔을 지원키로
했다.

우리 정부도 내년부터 10년동안 총 9천2백60억원을 투입하게 될
"브레인텍21"이라는 뇌연구개발기본계획을 확정,뇌연구대열에 합류한다는
소식이다.

비록 지금은 연구수준이 선진국의 50~70%선에 불과하지만 브레인텍21이
성공하면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해 산업혁명과 컴퓨터혁명에 이은 뇌의
혁명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하니 기대가 크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