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의 부실채권 규모가 커지고 원화의 절하속도가 빨아지면서
금융시장에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동남아에서와 같은 외환위기가 국내에서도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타나고 있다.

최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세계금융위기와 우리의 대응 방향"을 주제로
열린 "제4회 글로벌포럼"에서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의 기반이 비교적
튼튼하기 때문에 금융위기까지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란데 의견을 같이했다.

토론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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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석자 ]]

윤증현 <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장>
노성태 <한화경제연구원장>
엄한섭 <한미은행 상무>
김인준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주제발표>
배이동 <전경련 국제담당이사.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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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90년대 이후 세계 각국이 금융위기상황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태국을 비롯한 아세안 국가들이 통화가치 하락에 따른
외환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여러나라가 이처럼 전에 없는 금융위기를 겪는 이유는 뭘까요.

<>노원장 =주제발표자가 지적한 대로 금융시장의 자유화와 개방이
큰 원인으로 작용한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금융시장개방 자체가 문제인 건 아닙니다.

자유화에 따른 준비와 그 뒷마무리를 제대로 못해서 금융위기 상황이
생겨난 것이죠.

이들 나라 정부가 자유화 초기에 긴축정책을 제대로 집행 못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입니다.

또 정부의 통제에 길들여진 금융기관들이 여신심사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탓도 있고요.

자유화하면서 초기부터 감독기능을 강화해야 했는데 이를 정부가 제대로
못해 금융위기를 초래한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사회 =아세안 외환위기의 원인에 대해선 분석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경제성장률 둔화와 경상수지 적자규모 확대를 드는 사람이 많지만
정책당국의 경직적인 환율운용이나 소로스펀드 등 해외자금의 투기적
공세강화 탓으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정부에선 아세안외환위기의 원인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나요.

<>윤실장 =아세안외환위기의 원인은 무엇보다 먼저 실물경제부문의 부진을
들 수 있습니다.

섬유 신발 등 노동집약 산업의 수출이 줄고 경상수지 적자가 심화되면서
경기가 침체하게 됐지요.

태국의 경상수지적자는 작년의 경우 GDP(국내총생산)의 8% 수준에
달했습니다.

또 비탄력적으로 금융정책을 운용해 고화폐가치, 고금리 정책을 유지해온
것도 원인으로 지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급격한 자본자유화로 외국자본 유입의 속도가 빨랐다는 점도
빠뜨릴 수 없구요.

<>김교수 =경쟁국인 중국의 화폐가 큰 폭으로 절하돼 동남아 국가들의
가격경쟁력 약화를 초래했고 그 결과 이들 국가의 실물경기가 침체된
것입니다.

<>사회 =아세안외환위기에 대한 앞으로의 전망은 어떻습니까.

멕시코와는 다를 것으로 낙관하는 의견과 상당히 장기화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는데요.

<>엄상무 =멕시코처럼 나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우선 태국의 경우 총외채가 멕스코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적습니다.

외환보유고도 매우 높은 편입니다.

멕시코에선 외국자본이 소비에 쓰였지만 태국은 주로 생산에 썼습니다.

태국의 경제체질이 멕시코 보다는 강하다고 봅니다.

멕시코의 외환파동 당시엔 미국의 금리가 상승해 외화유출 속도가
빨랐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미국이 금리인상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금융위기가 계속되고 있어 단시일내에 안정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이들 지역에 우리나라를 비롯해 국제통화기금(IMF)과 일본 등이
지원하고 있는데 이것이 얼마만큼 그리고 어느 정도 계속될 지가 변수입니다.

<>김교수 =동남아시아는 분명 멕시코 보다는 사정이 낫습니다.

그러나 태국과 말레이시아 등의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상당기간 어려움은 계속될 것입니다.

<>사회 =금융시장도 전세계적으로 자유화와 개방화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각국은 각종 단기 투기성 자금의 위험에 노출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세계 금융시장이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전망하시나요.

<>노원장 =범세계적 금융시장의 통합화가 진전되면서 불안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자유화, 개방화는 내부적으로는 규제완화,세계적으로는 타국 금융시장과의
연계가 가속화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국가간의 자금이동이 엄청나게 빨라질 것입니다.

여기에 핫머니도 끼게 되고 불안정성이 대폭 증가하게 돼있습니다.

국가 내부적으로도 금융기관 끼리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도산하는
금융기관이 생겨날 것이고요.

물론 좋은 영향도 있습니다.

금융 규제완화가 이뤄지면서 금융산업의 경쟁력은 높아질 것이고,
재무상태가 우량한 기업은 자금조달비용을 훨씬 줄일 수 있겠지요.

<>사회 =아세안의 외환위기 상황은 특히 이 지역에 수출입 비중이 커지고
해외투자를 늘려온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도 많은 영향이 예상됩니다만.

<>엄상무 =동남아는 우리의 수출전략지역입니다.

이 지역 경제가 침체되면서 수입수요가 줄어 우리의 수출도 감소할
것입니다.

반면 이들 국가의 수출경쟁력은 조금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에서 우리의 경쟁이 약해진다는 얘기지요.

이밖에 현지통화로 계약한 뒤 현지에서 건설작업을 벌이고 있는 업체들은
환차손을 피할 수 없을 것이고 현지에 직진출해 제3국에서 원료를 수입하는
업체들은 경영압박에 시달릴 게 분명합니다.

그러나 이들 나라의 금융위기가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대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은 적다고 봅니다.

<>사회 =최근 우리가 겪고 있는 금융시장 불안의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봐야 하나요.

<>윤실장 =근본적으로는 국내 실물부문이 한계에 와있는 것으로 봐야
합니다.

개발연대의 파라다임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요.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이 쓰러지니 거기에 여신을 준 금융기관들이
흔들리고 대외신인도가 떨어지는 것입니다.

특히 기아사태가 터진 7월 중순이후 동남아의 외환위기가 겹쳐 우리
금융시장도 매우 불안해졌습니다.

그러나 현재 올 성장률이 6%로 예상되고 물가도 4.5% 상승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실물이 괜찮기 때문에 금융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은 없다고
봅니다.

특히 지난해 2백37억원에 달했던 경상수지 적자규모는 1백60억달러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입니다.

기본환경이 이렇게 괜찮지만 구조조정 과정에서 기업들이 새로운
파라다임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어 문제입니다.

<>노원장 =기본적으로 우리 경제의 체력이 양호하기 때문에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적을 것입니다.

문제는 기본 체력 가운데 국제수지적자입니다.

현재는 줄어들고 있지만 지금과 같은 경제구조에서는 경기회복이 가속화될
때는 적자가 다시 늘어날 것이 분명합니다.

정부는 이에 유념해 거시정책의 기조는 잘 짜야 할 것입니다.

장기적으로 금융불안을 없애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의 자율적인 심사능력을
높이고 불건전한 금융관행를 바로 잡을 수 있도록 감독기능을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또 그간의 금융불안이 기업이 간접금융에 지나치게 의존한데서 비롯된
만큼 직접금융시장을 더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윤실장 =우리 기업의 재무구조는 형편없다고 할 수 있어요.

제2 단기금융을 설비투자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기업들이 직접 금융시장을 이용하지 않은 게 오히려 문제입니다.

호황 때 증자했으면 재무구조는 지금보다 훨씬 개선됐을 것입니다.

<>사회 =국내 금융시장을 안정화시키면서 세계적인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엄상무 =체감경기와 지수경기 사이의 괴리를 줄여야 합니다.

한국은행의 BSI(경기실사지수)는 나빠지고 있지만 거시경제지표는
좋아지고 있습니다.

정책당국은 체감경기에 맞게 금융 및 유동성 정책을 펴 줘야 합니다.

금융기관들도 여신심사에서 사업성을 최우선 하는 등 철저한 상업주의
정신에 입각해 모든 결정을 해야하고요.

<>윤실장 =금융시장 안정은 어느 한 부문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정부는 거시변수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금융기관은 리스크관리를 철저히
해야겠지요.

기업은 차입위주, 외형중심의 경영형태를 지양해야 합니다.

국민들도 합리적인 소비를 해야 합니다.

<>김교수 =재무구조 개선은 기업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죠.

지금 같은 구조에선 경기가 침체되면 자기자본을 갉아먹을 것이
분명합니다.

정부로서는 부실채권에 대한 정비방법을 빨리 강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 =현재의 금융불안이 위기로까지 치닫게 하지 않으려면 각
경제주체의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결론이 될 것 같습니다.

<정리 = 권영설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