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금융산업] (2) '부실여신 눈덩이' .. 기아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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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은행은 어딜까.
금융계는 단연 조흥과 신한을 꼽고 있다.
두 은행은 기아에 각각 5천4백20억원과 3천5백53억원의 부실여신이 물리면
서 졸지에 흑자결산에 위협을 받고 있다.
만약 기아계열사들이 무더기로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여신담보가액이
2백33억원(조흥) 및 12억원(신한)에 불과한 두 은행은 무담보여신의 75%를
대송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상반기 업무이익(조흥 2천5백97억원, 신한 2천96억원)을 통째로 까먹고도
남을 금액이다.
두 은행은 특히 만성적인 부실에 시달려온 제일 서울과 달리 올상반기까지
만해도 리딩뱅크그룹을 형성해온 은행들이었기에 더욱 충격은 크다.
급기야 행내분위기도 험악해져 관련자 인책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멀쩡했던 두 은행이 이지경에 이른 것은 크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국내은행들의 리스크관리시스템은 엉성하기 짝이 없다.
금리 외환 신용 등 각종 리스크에 거의 무방비로 노출돼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천억원대에 달하는 유가증권평가손과 해외DR(주식예탁증서)발행에 따른
환차손발생에 속수무책이다.
부실자산이 가장 작은 것으로 알려진 국민은행도 주식평가손이 9월말 현재
3천5백억원에 달하고 있다.
최근들어 리스크관리부가 속속 생겨나고 관련부서장이 여신위원회에 참석
한다고는 하지만 기업들에 대한 부실여신을 줄이는데는 한계가 있다.
"기본적으로 기업에 대한 신용분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대비, 리스크를 분산하는 기술도 미흡하다"(S은행 관계자)
는게 최근 방한했던 S&P의 진단이다.
단적인 사례가 기아 주거래은행인 제일과 진로 주거래은행인 상업은행의
경우다.
두 은행은 진로 기아가 부도유예협약이 들어가고 상당기간이 지날때까지도
거래기업의 현금흐름을 파악하지 못했다.
평소 장단기 자금수급계획도 모르고 있었다.
당시 제일은행 관계자는 "기업들이 그런 얘기(자금수급 등)를 안해준다.
재무에 관련된 자료는 좀처럼 내놓지 않는게 기업의 속성"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천억원대의 돈을 빌려주면서 그정도도 못챙긴다면 납득할 수
없다는게 일반인의 상식이다.
그렇다면 은행들은 무엇을 보고 돈을 내줬을까.
기업의 내실보다는 총자산 총부채 등 외형을 위주로 판단해왔다는게
정설이다.
대기업에 대한 편중여신이 극심하다는 얘기다.
기산에 9백억원을 빌려준 서울은행은 "기산을 보고 대출해준 것이 아니라
주력계열인 기아자동차가 지급보증을 서줬기 때문"이라고 실토했다.
재계 랭킹 8위인 기아의 네임밸류도 여신의사결정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올해 쓰러진 주요기업들의 면면을 보면 한보 진로 삼미 대농 한신
공영 기아 등 한때 재계에서 내로라하는 기업들이었다.
여신담당자들의 "설마"하는 생각이 화근으로 작용했던 셈이다.
그 결과는 매몰차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6월말 현재 은행들의 부실여신은 4조9천7백13억원으로 작년말의
2조4천4백39억원보다 두배이상 늘어났으며 기아여파로 연말에는 8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은행들의 무더기 적자결산과 일부 우량은행들의 급전직하도 피할 수 없게
됐다.
물론 은행부실의 책임은 전적으로 그들의 몫이다.
<조일훈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일자).
금융계는 단연 조흥과 신한을 꼽고 있다.
두 은행은 기아에 각각 5천4백20억원과 3천5백53억원의 부실여신이 물리면
서 졸지에 흑자결산에 위협을 받고 있다.
만약 기아계열사들이 무더기로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여신담보가액이
2백33억원(조흥) 및 12억원(신한)에 불과한 두 은행은 무담보여신의 75%를
대송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상반기 업무이익(조흥 2천5백97억원, 신한 2천96억원)을 통째로 까먹고도
남을 금액이다.
두 은행은 특히 만성적인 부실에 시달려온 제일 서울과 달리 올상반기까지
만해도 리딩뱅크그룹을 형성해온 은행들이었기에 더욱 충격은 크다.
급기야 행내분위기도 험악해져 관련자 인책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멀쩡했던 두 은행이 이지경에 이른 것은 크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국내은행들의 리스크관리시스템은 엉성하기 짝이 없다.
금리 외환 신용 등 각종 리스크에 거의 무방비로 노출돼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천억원대에 달하는 유가증권평가손과 해외DR(주식예탁증서)발행에 따른
환차손발생에 속수무책이다.
부실자산이 가장 작은 것으로 알려진 국민은행도 주식평가손이 9월말 현재
3천5백억원에 달하고 있다.
최근들어 리스크관리부가 속속 생겨나고 관련부서장이 여신위원회에 참석
한다고는 하지만 기업들에 대한 부실여신을 줄이는데는 한계가 있다.
"기본적으로 기업에 대한 신용분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대비, 리스크를 분산하는 기술도 미흡하다"(S은행 관계자)
는게 최근 방한했던 S&P의 진단이다.
단적인 사례가 기아 주거래은행인 제일과 진로 주거래은행인 상업은행의
경우다.
두 은행은 진로 기아가 부도유예협약이 들어가고 상당기간이 지날때까지도
거래기업의 현금흐름을 파악하지 못했다.
평소 장단기 자금수급계획도 모르고 있었다.
당시 제일은행 관계자는 "기업들이 그런 얘기(자금수급 등)를 안해준다.
재무에 관련된 자료는 좀처럼 내놓지 않는게 기업의 속성"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천억원대의 돈을 빌려주면서 그정도도 못챙긴다면 납득할 수
없다는게 일반인의 상식이다.
그렇다면 은행들은 무엇을 보고 돈을 내줬을까.
기업의 내실보다는 총자산 총부채 등 외형을 위주로 판단해왔다는게
정설이다.
대기업에 대한 편중여신이 극심하다는 얘기다.
기산에 9백억원을 빌려준 서울은행은 "기산을 보고 대출해준 것이 아니라
주력계열인 기아자동차가 지급보증을 서줬기 때문"이라고 실토했다.
재계 랭킹 8위인 기아의 네임밸류도 여신의사결정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올해 쓰러진 주요기업들의 면면을 보면 한보 진로 삼미 대농 한신
공영 기아 등 한때 재계에서 내로라하는 기업들이었다.
여신담당자들의 "설마"하는 생각이 화근으로 작용했던 셈이다.
그 결과는 매몰차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6월말 현재 은행들의 부실여신은 4조9천7백13억원으로 작년말의
2조4천4백39억원보다 두배이상 늘어났으며 기아여파로 연말에는 8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은행들의 무더기 적자결산과 일부 우량은행들의 급전직하도 피할 수 없게
됐다.
물론 은행부실의 책임은 전적으로 그들의 몫이다.
<조일훈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