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국립경기장의 승리가 현해탄을 넘어와 온 국민을 열광시켰다.

지난날의 역사가 남긴 국민정서를 고스란히 짊어진 한-일 축구 승전보가
날아든 것이다.

한-일 양국 국민 모두를 90분내내 텔레비전 앞에 붙잡아둔 프랑스
월드컵예선전.

한-일간의 축구는 단순히 "질수도 있고 이길수도 있는"스포츠 이전의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것은 역사가 소멸되지 않는 한 결코 사라지지 않을 양국의 숙명임에
틀림없다.

흔히 "다른 나라에는 져도 일본만은 이겨야 한다"고 거침없이 말한다.

선수들의 생각도 마찬가지였으리라.

전투에서 좋은 무기와 많은 병력보다는 정신력이 승패를 좌우하듯이
스포츠에서도 갈고 닦은 기량과 기술을 능가하는 정신력이 승패를 좌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이날의 승리를 "혼의 승리"라 부르고 싶다.

적지인 일본에서, 그것도 한 골을 내준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쫓기면서도 기적같은 역전승을 일구어낸 데에는 분명히 혼히 있었기에
가능했다.

5만이 넘는 청색 유니폼의 "울트라 재팬"에 지지 않고 한 마음이 된
5천명의 "붉은 악마"들도 혼을 싣는데 한몫했다.

혼은 힘을 준다.

이날의 승리를 보면서 나는 한가지 소중한 교훈을 얻는다.

바로 "혼의 경영"이다.

우리회사도 21세기 초우량 기업이라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서 전 조직원이
하나가 되어 경영혁신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비전의 달성과 혁신활동은 교과서적인 지식과 앞서가는 회사의
흉내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최선을 다하고 최고를 지향해야만 성취할수 있는 목표를 세우고 혼신의
힘으로 지혜와 창의를 발휘해서 도전해야 한다.

거기에 "혼"을 불어넣어 이들이 하나로 응집될 때 비로소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바를 이룰수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