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스페이스시대가 전개된다고 한다.

사이버 스페이스에서 무역이 이루어지고, 대륙을 넘어서는 음악회 감상,
미술 전람회 구경, 테러까지.

도대체 이 속에서 우리는 어디쯤 있는 것인가.

인터넷이나 사이버 스페이스는 인간의 행복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인간을
대체하는 새로운 주체, 새로운 주인공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그 속에서 인간은 소멸되는 것 같다.

이런 미래에 대해 혼란스럽던 나에게 선명한 해답을 주는 사건이 있었다.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에서는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가 공연되고 있었다.

완벽한 음향과 파라오 시대로 온것 같은 완벽한 무대였다.

특히 1막 벽두부터 흐르는 저음의 합창곡과 주인공들의 아리아는
볼쇼이이와 그 무대만이 보여줄수 있는 가작으로, 천상에서 울리는 소리요,
인간의 목소리만이 줄수 있는 감동이었다.

이 세상에서 인간의 목소리에 버금갈수 있는 악기는 없다.

전 4막 약 4시간동안 청중들은 바늘 하나 떨어지는 소리도 없이 합창과
아리아와 화음의 무대에 취하여 있었다.

또 나는 인간의 목소리를 처음듣는 사람처럼 "인간의 목소리란 저런
것이구나"라고 수없이 감탄했다.

그날 "아이다"공연에서의 감명은 사이버 스페이스나 사이버 오페라의
세계에서는 경험할수 없는 것이다.

인간이 빠진 사이버 스페이스는 인간의 대안이 될수 없다.

일찍이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었던 르네상스란 사고와 예술과 세상운영
전체를 신과 하나님 중심에서 인간중심으로 바꾼 인류의 대문화 혁명이었다.

내가 "아이다"공연에서 인간과 인간의 목소리만이 진짜요, 오리지널이요,
주체라고 느꼈듯이 21세기가 인터넷이나 사이버 스페이스가 주인이 아니라
이들을 이용하여 질높은 신세기를 만들려면 하나의 범세계적인 정신혁명이
필요하다.

그것은 15세기 르네상스때와 같이 인간이 모든 것이 주체인 것을 확인하는
"제2의 르네상스"운동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