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회의 성원은 어느 정도 비슷한 공통적인 경험을 하면서 살아간다.

따라서 그 성원들의 성격, 즉 인성에는 상당한 정도의 규칙성이 나타난다.

성원들의 인성구조는 한 사회의 단위를 국가로 잡았을 땐 국민성이라
하고 언어 인종 문화등과 같은 기준에 기초한 민족으로 잡았을 땐 민족성
이라 한다.

한국처럼 단일민족으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에는 국민성과 민족성은
일치된다.

원래 국민이나 민족은 역사성을 갖는 생명체다.

한 국민이나 민족의 의식은 시대마다의 사회적 상황을 반영하면서 변화를
거듭한다.

따라서 한 국민이나 민족의 인성은 복합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예컨대 이론적인 독일인, 직관적이고 예술적인 프랑스인, 전통을
존중하고 신분의식이 강한 영국인, 질서를 존중하고 집단의식이 강한
일본인....

이처럼 한두마디로 한 국민이나 민족의 인성을 묘사한다는 것은
피상적이거나 단편적일수 있다.

한 일화에도 그러한 면이 드러난다.

커다란 폭포앞에 세 나라 사람이 모여들었다.

미국사람은 수력을 계산해 보더니 "여기에 대규모의 발전소를 설치할만
하다"고 말했다.

인도사람은 무릎을 꿇더니 "아, 전지전능한 신이여!"라고 기도했다.

한국사람은 "매우 아름다운 경치로구나.

어깨춤이 절로 나네"라고 흥겨워했다.

미국인은 실용적이고 인도인은 종교적이며 한국인은 예술적임을
은유해준다.

그러한 특성들이 피상적이거나 단편적일수 있으나 한 나라의 국민성이나
민족성을 특징지어주는 것의 하나임은 부인할수 없다.

한국민족성은 "은근과 끈기" "한" "오기" 등으로 묘사되기도 하지만
앞의 일화에서 보듯이 예술적 혼이 "신바람"으로 승화되어 민족의 저력을
폭발시키는 일면도 빼놓을수 없다.

1960년대 이후 고속 경제성장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낸 것도
신바람의 소산이 아닐까.

엊그제 월드컵축구 예선 한.일전에서 한국이 일본에 극적으로 역전승한
것 또한 한민족의 신바람 성정이 이뤄낸 쾌거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 신바람이 극일의식으로 성숙되길 비는 마음 간절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