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흥분의 도가니였다.

28일 열린 월드컵축구 예선전 한.일전.

한국이 2-1로 극적인 역전승을 이끌어내는 순간, 전국은 축제의 분위기에
휩싸였다.

경기가 끝난이후 시내 곳곳은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는 시민들로
물결쳤다.

이날 오후2시 축구경기가 시작되기 직전부터 서울역 강남고속버스터미널
등은 갈길을 제쳐둔채 대형TV를 시청하는 인파들이 몰렸다.

이들은 한국선수들이 멋진 슛을 터뜨리릴때마다 박수와 환호성을 지르며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서울 주요거리도 경기시작을 전후해 차량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인적이 끊긴 채 한적한 거리는 마치 통행금지가 실시된 듯 했다.

대신 휴일 일찍 볼일을 마친 시민들은 삼삼오오 가족끼리 집에서 시청을
하면서 한국의 승리를 기원했다.

밀린 일을 마무리짓기위해 직장에 나온 회사원들도 이 시간대만은 일을
뒤로 미룬채 TV나 라디오 주변에 모여 경기결과를 서로 점치며 내기를
벌이기도 했다.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PC통신에는 한국의 선전을 염원하는 글들이
줄을 이어 한.일전에 보인 전국민의 관심을 반영했다.

한 통신인 (DUD1004)는 "대한남아의 기개와 극일정신으로 무조건 일본을
이길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띄우기도 했다.

경기후반 0-1로 지던 한국이 연이어 두골을 넣으면 극적으로 역전승을
일궈내자 전국토는 승리의 함성으로 메아리쳤다.

서울역에서 경기를 시청하던 김정수씨(33)는 "승리에 대한 온 국민의
염원이 그대로 성사된 것 같다"며 "경제나 정치가 어려운 때에 오랜만에
속시원한 소식"이라고 기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