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노선과 지도체제개편을 둘러싸고 계파간 "내전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신한국당의 운명이 10월 중순 이후 최대 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주류와 비주류가 직면한 위기의 본질에 대해 인식차를 드러내고 있는데다
전당대회를 계기로 양 계파가 정계개편을 통해 독자세력화에 나설 것임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류측은 최근의 분란이 비류측의 "이회창 흔들기"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우선 전당대회전까지 이탈조짐을 보이고 있는 세력들을 다독거려 당을
추스려 나갈 방침이다.

이대표는 24일 여의도 63빌딩에서 김윤환고문과 만나 당 대표직 내정과정
에서 빚어진 알력을 "잠정" 봉합한데 이어 25일에는 초선의원 24명과 조찬
간담회를 갖고 당의 결속과 화합을 당부했다.

초선의원들과의 만남에서 이대표는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후보
용퇴론"을 일축하고 대선에서 패배할지도 모른다는 심리적 동요를 차단
하는데 주력했다.

이대표측은 또 30일 전당대회에서 대표위원 9명, 당무회의 참석자 80명,
중앙상무위원 2만명 이내로 크게 확대하는 지도체제개편안을 제시, 비주류측
의 협조를 최대한 끌어낸다는 복안이다.

민주계가 끝까지 "이대표 무망론"을 제기할 경우에는 차체에 반이세력을
축출한 뒤 "이대표-민정계-김종필총재-박태준 전포철회장"을 묶는 "보수
대연합"을 구축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신한국당 강재섭특보가 25일 "이회창대표는 전당대회가 열리기 전까지는
어떠한 "수모"를 겪더라도 당화합을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한
것은 전당대회 이후에도 비주류가 후보교체론 등으로 공격을 계속할 경우
민정계를 중심으로 독자세력화할 것임을 역설적으로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에 반해 비주류측 인식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들은 "이대표 카드"론 정권재창출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선이 불과 80여일 남은 현재까지도 이대표의 지지율이 국민회의 김대중
이인제후보에게 크게 뒤지는데다 향후 이대표가 지지도를 만회할 가능성이
없어 여권의 존속을 위해서는 후보교체 이외에는 묘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안모색의 방법과 시기에는 각 계파마다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오는 30일 전당대회에서 김영삼대통령이 총재직을 이양하는 시점을 계기로
집단 탈당하자는 견해와 당에 잔류해 후보교체를 제기하자는 의견으로
양분돼 있다.

다만 추석이후 이대표의 지지율이 반등조짐을 보이지 않으면서 후자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가운데 "이인제-조순-민주계-통추"가 결합한 "민주개혁
세력 대연합"을 구축하려는 강한 흐름이 있다.

실제로 이전지사 지지파 의원들은 교섭단체구성을 목표로 내달 1일 또는
5일을 "거사일"로 잡고 동조세력규합에 나서고 있다.

민주계의 이같은 움직임과 관련, 서석재의원은 25일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
을 갖고 "민주주의에선 어떤 선택과 결정이 잘못됐으면 바로 잡는게 강점"
이라며 "내달 10일께면 대충 결론이 날 것으로 본다"고 말해 민주계의 집단
행동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서의원은 특히 자신이 제시한 "10월 10일"이 비주류측의 집단탈당 또는
이대표 용퇴를 위한 행동개시 등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으나 이전지사와 민주계 일각에서도 동일한 시한을 거론하기 시작해
이들과의 사전교감 여부가 주목된다.

<김태철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