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자동차시장개방문제를 놓고 한.미 양국의 실무대표단이 25일
워싱턴에서 마지막 협상에 들어간 가운데 임창열 통산부장관이 미국의
요로에 서한을 보낸 것은 다목적 포석을 깔고 있다.

우리측이 예정에 없었던 장관의 서한까지 보낸 것은 당초 예상밖으로
미국이 이번 기회에 반드시 한국시장을 반드시 열어놓겠다는 분위기가
갈수록 팽배해지고 있기때문이다.

지난 2차 협상때까진 주로 미국의 업계 주장을 행정부가 대변하는 수준
이었으나 지금은 상하원까지 본격적으로 가세하는 형세여서 협상전망이 극히
불투명해졌다.

워싱턴의 한국대표단은 지금으로선 301조발동이 불가피한 것으로 감지하고
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산부는 미국의 이런 분위기를 반전시켜보려는 마지막 노력으로 장관의
공식편지를 보낸 것이다.

통산부가 미 상원재무위원장과 상무부 무역대표부 3곳에 장관서한을 보낸
것은 미국의 자동차 업계와 자동차산업의 본거지인 오하이오등지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이 주도하는 협상 분위기를 반전시켜보려는 의도이다.

자동차개방문제를 자동차에 국한시켜 강경 일변도로 밀어부칠 경우 한.미
통상관계의 전반에 상호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려는 것이다.

우리측은 이같은 논리 전개를 통해 미국 국회와 행정부의 온건론자내지는
포괄적인 협상론자들의 입지가 넓혀지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이와함께 한국에 대해 1백억달러를 상회하는 무역흑자를 내고 있는 미국이
자동차협상을 외골수로 몰고 나갈 경우 한국의 소비자들을 자극하는 등의
전반적인 경제협력관계에 흡집을 낼 수 있다는 점도 양국 계산에 넣기를
바라고 있다.

우리 입장에선 미국에대한 일종의 구매력(바잉파워)를 행사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장관 서한은 미국이 그동안 대한협상에서 보여온 "한국시장은 무조건 밀어
붙여야 열린다"는 인식을 불식시키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도 풀이된다.

미국의 핵심요구조건인 세제와 관세의 개편은 기본적으로 내정간섭이고
미국의 강압적인 쌍무협상은 세계무역기구(WTO)체제의 기본정신에 어긋난다는
것이 우리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다.

우리측은 이번 장관서한을 통해 미국측의 분위기가 반전되기를 기대한다고
하지만 그 효과는 불투명하다.

미국은 자동차시장개방과 다른 통상관계를 포괄적으로 연계시켜 보려는
우리의 시도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은 "한국이 세계 6위의 자동차생산국이면서 세계 4위의 수출국이면서
자국의 자동차시장개방률이 1%에도 못미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불공정행위"
라는 시각에서 출발하고 있다.

더욱이 올들어 일본 등 외국자동차시장의 대미공세가 더욱 거세지고 있어
우리의 협상입지는 지극히 좁은 형편이어서 최종협상결과는 우리의 기대를
벗어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

< 이동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