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NHS(National Health Service) 라는 공공의료 제도를 운용하면서 한때 ‘의료 천국’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영국 국민과 거주자에게 무료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NHS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의료 서비스이면서, 동시에 지역 간 건강 격차를 줄여주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NHS는 자금 부족, 인력 부족, 노후한 인프라로 심각한 위기를 맞이했다. NHS 파산 위기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가 하면, 수술을 위해 최소 1년 이상 기다려야 하면서 국민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 가운데 최근 한 정신과 전문의가 쓴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NHS에 대한 성찰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심각하지 않고 오히려 감동적이고 유머러스하게 쓰였는데, 잘못된 의료 체계에 대해 제대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느낌이다. <여기서 일하기 위해 당신도 미칠 필요는 없습니다(You Don't Have to Be Mad to Work Here)>. 책의 제목부터 재치가 넘친다. 에든버러 축제에서 스탠드업 코미디언 수상 경력도 있는 벤지 워터하우스(Benji Waterhouse)는 NHS 정신과 전문의로서 의료 최전선에서 좌충우돌하며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소개한다. 의학계에서 가장 신비하면서도 논란이 많은 분야인 정신과에서 생겨나는 흥미진진한 사례가 이어진다. 정신이 온전한 사람이라면 왜 정신과 의사가 되려고 할까? 엉망진창으로 복잡하게 얽힌 삶에 대한 해결책이 정말 의학 교과서 안에 있을까? 의료진, 병상, 치료법이 부족한 상황에서 환자들이 어떻게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을까? 책에는 ‘청진기를 든 사회복지사’라는 오명을 듣는 정신과 전문의로서의 고단한 삶이 그려진다. 자신이 예
웹툰 ‘머니게임’과 ‘파이게임’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더 에이트 쇼>가 인기다. 총 8명의 사람은 시간을 돈과 교환해준다는 제안에 이끌려 홀연히 게임장에 입성한다. 그리고 총 8층으로 이뤄진 건물 안에 갇혀 돈을 벌기 위해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시간을 어떻게든 늘리려 갖은 애를 쓴다.각 개인의 관계에서 첫 번째 균열이 생기게 되는 계기는 다름 아닌 시간당 적립금이다. 1층은 만원, 2층은 2만원, 3층은 3만원, 그리고 이어서 8만, 13만, 21만, 34만까지 뭔가 불규칙한 액수로 증가한다. 이 불규칙해 보이는 패턴의 규칙을 알아낸 참가자 한 명의 입에서 나온 말은 바로 ‘피보나치 수열’, 바로 황금 비율이다.▶▶ [관련 리뷰] 돈이 지배하는 비밀공간속의 인간군상, 그 민낯을 드러내다피보나치 수열에서 인접한 두 항의 비율은 황금비, 즉 1.618에 가까워진다. 그리고 이 비율은 인간이 가장 편안하게 느끼며 가장 아름다운 비율로서 황금비로 불리운다. 사실 알고 보면 이 비율은 자연에서 왔다. 꽃잎의 개수나 나뭇가지의 분포, 솔방울의 나선형 배열 또는 해바라기 씨의 배열을 보라. 알고 보면 피보나치 수열의 기하학적 표현과 일치한다. 이 외에도 음악, 건축, 미술, 디자인 등에서 이 황금비나 황금 분할은 끊임없이 응용되면서 영감의 원천으로 활용되고 있다. 자연으로부터 발견된 이론은 절대 깨지지 않는다.일상생활에서도 우리는 이 황금비를 이용한 물품들과 알게 모르게 마주친다. <더 에이트 쇼>에서도 언급되는데 다름 아닌 신용카드나 호텔 카드키 같은 것들의 가로 세로 비율이 1:1.6이다. 나는 종종 이 황금비를 나의 가장 가까운 전자 제품 중 하나인 오디오
연구실에 두 학생이 찾아왔다. 평소에도 친하게 지내는 아이들이 그날은 과잠까지 똑같이 맞춰 입고 유난히 들떠있길래 그 연유를 물어보니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 한창 화제가 되고 있는 전시를 보고 왔다고 한다. 용건을 마치고 연구실을 나가는 그 뒷모습마저 무척이나 즐거워 보였다. 학생들에게 디자인을 가르치며 강조하는 것 중 하나는 좋은 것을 많이 '보는 것'이다. 대학생이었던 시절 필자는 전시를 많이 보러 다녔었는데 그날 두 녀석의 즐거운 뒷모습은 그 시절을 반추해보게 만들었다.요즘 대학생들이 전시를 보거나 문화생활을 즐기기 위해 많이 찾는 장소는 단연 성수동이다. 필자가 대학생이었던 시절에는 삼청동, 인사동을 비롯하여 종로구에 위치하고 있는 미술관들이 그 대상이었다. 그런데 과거에도, 그리고 요즘도 갈까 말까를 고민하게 하는 동네가 하나 있는데 평창동이 바로 그곳이다. 평창동에 전시를 보러 가는 것을 꺼렸던 많은 이들의 사유는 "거긴 너무 멀어." "거기에 놀게 뭐가 있어?" 였다.이런 평창동에 2023년,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가 들어섰다. 접근성 측면에서만 봤을 때 처음에는 '왜 평창동에?'라는 생각이 반사적으로 들었다. 평창동은 북한산과 북악산 사이에 위치하여 주변에 산이 가깝게 보이고 그 아래 건물들이 낮은 높이로 위치한 경관을 가진 동네이다. 오래전부터 집에 가기 위해 평창동을 종종 지나다녀야만 하는 필자에게 이곳은 서울의 많은 동네들 중 경관과 인상이 크게 변하지 않은 동네 중 하나이다. 이러한 동네에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는 주변의 건물들과 높이를 맞추어 낮게 자리를 잡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