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의 각 정파가 보수대연합과 관련한 색깔논쟁과 대표인선을 둘러싼
내분으로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비주류인 민주계는 당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보수대연합"을 "역사 거꾸로
세우기"라며 주류측을 비난하고 있고 주류인 민정계 내부는 차기대표 인선
문제로 김윤환 고문측과 이한동 고문, 김고문과 이회창 대표가 대립해 당내
갈등이 주류와 비주류, 주류와 주류간의 복합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김윤환 고문은 23일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이회창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중진협의회 첫 회의에 불참, 사실상 당무를 거부해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김고문은 또 오는 30일 대구 전당대회에 불참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대표측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김덕룡 신상우 박관용 김정수 의원 등 민주계 중진들도 최근 잇달아 모임을
갖고 "보수대연합" 움직임에 대해 이대표의 공식적인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수성 고문측도 전당대회에서 지도체제 개편문제가 어떻게 정리되느냐에
따라 탈당 등 거취문제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져 당내 갈등이 걷잡을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김윤환 고문측은 차기대표에 이한동 고문이 내정된 것과 관련, "뼈빠지게
일한 사람은 배척하고 이대표를 흔들던 사람들은 중용한다는게 말이 되느냐"
며 "김고문은 특히 이대표가 이고문을 차기대표로 내정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측의 입김과 이대표의 등거리정책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다"고 말하는등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 측근은 또 "이대표가 기자회견에서 김고문의 복안인 내각제를 통한
보수대연합구상에 쐐기를 박은 것도 김고문을 난감하게 있다"며 "김고문이
이러한 일련의 문제에 대한 심각하게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최악의
경우 이대표와 결별할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했다.

신한국당 민주계도 당 총재인 김영삼 대통령과 민주계의 기본이념인 개혁
정신을 부인하는 보수대연합의 움직임이 거론되자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며
탈당가능성을 제기하는 등 당 지도부에 강공을 펼치고 있다.

김덕룡 의원계와 친민주계 초선의원들은 최근 별도의 회동을 가졌고 김덕룡
신상우 박관용 김정수 의원 등 중진들도 비공개 모임을 가졌다.

민주계는 당일각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이대표 주변의 인책문제도 제기
하는 한편 이대표측의 충분한 해명과 재발방지 약속이 없을 경우 "중대사태"
가 있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관련, 유용태 이재오 의원 등 시월회 소속의원들이 24일 모임을 갖고
최근 당내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며 서청원 의원도 최형우 고문
문병을 마치고 중국에서 귀국하는대로 계보모임을 가질 계획이다.

민주계의 이러한 움직임은 이대표 지지율이 반등할 기미가 없고 당 대표직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데다 보혁구도 논란까지 가세한 최악의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보수대연합론과 권력구조 개편 방향을 둘러싼 주류와
비주류, 주류와 주류간 복합갈등이 전당대회를 전후로 갈피를 잡지 못할 경우
신한국당 각 정파의 이탈이 가속화돼 정치권의 합종연횡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김태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