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속에 담긴 우리 민족혼을 찾자''

고려대학교에서 ''현대음악의 이해''를 강의하고 있는 곽연(63) 교수가
30년이 넘게 학생들에게 던지고 있는 화두다.

음악대학이 없는 고려대에서 음악개론의 성격을 띤 곽교수의 ''현대음악의
이해''는 고려대 학생들에게 필수 교양강좌로 자리잡았다.

학기마다 수강생이 2천5백여명에 달한다.

명성이 알려지면서 다른 대학교 학생들도 1백여명 이상씩 강의를 듣고
있으며 타학교 음악전공 조교수나 대학원생들도 청강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교양강좌의 대명사가 된 이 강의를 맡고 있는 곽교수의 경력도
이채롭다.

곽교수는 자신을 "스카이(SKY)대학" 출신이라고 소개한다.

지난 54년 서울대 음대에 입학했고 2학년까지 다니다 중퇴했다.

곧바로 고려대 철학과에 다시 입학했고 64년부터 고려대에서 음악개론
강의를 시작했다.

72년에는 연세대 음악대학원을 졸업했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의 영문이니셜을 따 "SKY대학"이라 칭하고 있다.

세 대학을 두루 다닌 사람들은 더러 있지만 SKY순서까지 맞춘 예는 흔치
않다고 곽교수는 말한다.

곽교수는 자신의 강의가 유명해진 것에 대해 "열정적으로 강의하고 시간
마다 3번정도는 웃음이 나오도록 유도하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반문한다.

실제 그는 강의도중 강의실을 자주 뛰어다닌다.

열정적으로 피아노를 연주하다 칠판에 서서 강의를 하고는 다시 학생들
곁으로 다가간다.

강의의 주제는 크게 두가지다.

물론 시험문제도 이 두가지다.

첫번째는 "음악과 한국현대사".

곽교수는 젊은이들에게 한국현대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면서 안타까워
한다.

통일을 앞두고 문화적 동질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정서적 통일이 필요하다

이를위해 역사이해를 통해 민족의 얼과 넋의 색깔을 알고 새롭게 밝혀나가
야 한다는 것.

두번째 주제는 "음악과 사회교육"이다.

곽교수는 국민의 정서에 큰 영향을 주는 TV 라디오 음반 등이 이전에는
일본의 영향을 벗어나지 못하더니 최근에는 미국문화의 아류만 추종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결국 젊은이들은 정서적으로 편식을 하게 됐고 우리문화에 대해서는 접할
기회조차 박탈당하게 됐다고 지적한다.

그렇다고 국수주의자가 되자는 것은 아니다.

쌀밥과 김치를 주식으로 하면서 햄버거나 초밥을 먹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주식마저 바뀐다면 한국사람이라 할만한 아무런 이유가 없어진다.

예를들어 한때 방송에서 "전통가요"라는 칭호까지 붙여졌던 트로트는
철저한 일본노래다.

"하야코 부시"라는 일본음계(라시도미 파라파미 도시라)를 그대로 따와
한국사람이 작사작곡했을 뿐이다.

일본음악을 때로는 듣고 이해할 필요는 있지만 이런 음악이 주식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뿐더러 여기에 "전통"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은 더욱
문제라는 설명이다.

재즈, 팝, 디스코, 마카레나는 우리에게 깊숙하게 침투했지만 아직 우리
가락과 장단을 이해하는 사람은 드물다.

곽교수는 음악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것도 위험하다고 강조한다.

대표적인 예가 음치다.

일반적으로 소홀히 취급되지만 음치를 그대로 방치하면 "반사회적 성격
장애"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수줍어하게 되며 자신감을 잃고 대중과 친밀해지기 힘들기 때문이다.

곽교수는 음치를 생각보다 쉽게 치료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쉽고 짧으면서 잘 아는 노래를 계명으로 2~3주만 연습하면 간단하게 교정이
된다는 것.

음악을 통해 민족혼을 찾아보고 우리현실의 문제들을 되짚어보는 그의
강의는 충실한 내용과 되새겨 볼만한 주제로 고려대학교 교양강좌중 가장
많은 학생이 수강하는 과목이 됐다.

< 김남국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