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4자회담 2차 예비회담이 남북한과 미국, 중국 등
4개국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18일 오전(한국시간 18일 밤) 뉴욕 컬럼비아
대학교 국제회의실에서 이틀간의 일정으로 시작됐다.

회담에는 1차 예비회담때와 같이 송영식 외무부1차관보, 김계관 북한
외교부부부장, 찰스 카트만 미국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첸 지안(진건)
중국외교부장조리가 각각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이번 2차 예비회담은 당초 예상을 깨고 북한이 장승길 대사의 미국망명
이라는 "악재"속에서도 예정대로 참석함에 따라 북한측의 태도변화 여부와
함께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지난달 열린 1차회담에서 본회담을 "예비회담이 끝난 날로부터 6주
이내에 4개국 장관급대표가 수석대표로 참석한 가운데 진행한다"는데 이미
잠정 합의한 바 있기 때문에 이번 회담에서는 의제문제와 대북식량지원
문제만 남겨둬 다소 홀가분한 상태다.

이에 따라 4자 대표들은 1차 회담때와 달리 첫날부터 핵심쟁점사항에 대한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달 수 있어 훨씬 밀도있는 논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같은 유리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북한측의 태도 때문에 회담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까지 핵심쟁점인 의제선정문제를 둘러싸고 남북한간 입장변화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지난번 회담에서 한국은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문제와 긴장 완화 및 신뢰
구축문제 등 포괄적인 문제를 본회담에서 논의하자고 주장한 반면 북한은
주한미군 지위문제와 북.미간 평화협정 체결 등 세부사항을 의제로 선정할
것을 고집, 협상이 진전되지 못했다.

대북식량지원문제에 대해서도 북한은 1차 회담 막판에 4자회담전 대규모
식량지원 선행보장을 요구하고 나섰고 이에 대해 정부는 "선식량보장 불가"
입장으로 맞섰다.

정부의 이같은 입장은 4자회담전에 대규모식량지원을 약속할 경우 "배부른"
북한이 4자회담을 북.미간 평화회담의 성격으로 끌고 나가면서 한국배제
전략을 구사, 회담 자체를 공전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 때문이다.

여기에 북한측이 김일성 조문 문제 등을 내세우며 현 정권과는 대화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천명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회담 전망은 더욱
어두워진다.

하지만 정부는 일단 이번 2차 예비회담에서 쟁점사항에 대한 타결을 시도,
연내에 본회담을 개최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심각한 경제.식량난에 직면한 북한측이 4자회담 참석을 통한 식량확보와
미국의 경재제재완화라는 유혹을 쉽게 뿌리칠 수만은 없을 것이라는 판단
에서다.

특히 남북한 양측이 각각 12월 대통령선거와 10월10일 북한정권수립기념일
을 전후로한 김정일의 권력승계 가능성이라는 정치적 변수를 갖고 있어
4자회담 진전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게 중론
이다.

또 북한이 장 대사 망명사건에도 불구하고 회담에 참석한 만큼 이번 기회에
한.미 양국으로부터 뭔가 얻어내기 위해 타협점을 찾으려 할 가능성도 있다.

이와함께 한.미 양국의 설득에 따른 중국측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 행사도
북한의 태도를 바꿀 수 있는 잠재적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건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