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의를 신청한 (주)진로 진로쿠어스맥주 진로인더스트리즈등에 대해 법원의
재산보전처분결정이 내려졌다.

제3자인수가 추진중인 진로인더스트리즈까지 대상에 포함된 것은 다소
뜻밖이지만 채권단이 선선히 동의해준 것은 틀림없다.

진로측은 진로종합유통 진로종합식품 진로건설등 나머지 3개사의 재산보전
처분에 대해서도 낙관하고 있다.

경영권유지를 위해 화의를 신청한 진로그룹의 전략은 첫 관문을 성공적으로
통과한 셈이다.

최종부도후 법정관리위기에 몰리고 있는 (주)진로뿐만 아니라 부도를 막기
위해 그룹내 자금여력이 총동원되고 있는 진로쿠어스맥주도 한숨돌리게 됐다.

그러나 진로의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재산보전처분만으로 화의가 개시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화의조건에 대한 채권단과의 험난한 절충이 기다리고 있다.

실제로 채권단은 재산보전처분동의와 화의개시에 대한 동의를 별개로 치고
있다.

화의조건이 마음에 안들면 화의개시에 동의해 주지 않을 태세다.

이미 진로측이 제시한 부채상환조건인 "2년거치 5년균등분할상환"은 간단히
퇴짜를 놔버렸다.

재정경제원등 정부역시 채권단과 같은 인식을 갖고 있다.

채권단은 진로그룹이 지난 8일 법원에 화의를 신청했을 때만해도 격앙된
모습을 보였었다.

"사전에 한마디 상의도 없이 어떻게 이럴수가 있느냐"는 반응이었다.

화의대신 법정관리를 신청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대두되기도 했다.

이런 기류를 감안할 때 진로측은 화의조건에 있어서 채권단의 요구를
상당부분 수용해야할 것 같다.

금융기관마다 입장이 달라 일률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지만 채권단은
기본적으로 현행 부도유예협약수준을 벗어나는 지원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원금상환유예를 해주더라도 2년이상의 장기로 해주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진로가 법원의 최종 화의인가에 도달할 때까지 겪어야할 또다른 어려움은
개별금융기관과의 협상이다.

현행 화의법은 화의인부에 있어서 채권금액기준으로 75%이상의 동의를
전제로 하고 있다.

계열사별로 대상금융기관이 다르고 제3금융권까지 모두 1백여개에 육박하는
점을 고려하면 결코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이 과정에서 화의조건으로 장진호회장의 경영권포기각서를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없는 분위기다.

여기에다 화의인가결정후에도 채권단이 언제든지 조건불이행등을 이유로
화의를 파기할 수 있기 때문에 진로그룹은 늘 살얼음판을 걷는 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특히 채권단이 법정관리신청이라는 칼자루를 쥐고 있는 이상 (주)진로의
제3자인수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

다만 채권단이 아직까지 진로의 정상화가능성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점이
한가닥 위안이다.

채권단은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주)진로의 영업신장과 서울 서초동
등에 산재한 1조원이상의 "금싸라기" 땅에 내심 기대를 걸고 있다.

또 채권단이 화의에 비해 상대적으로 금융지원부담이 많은 법정관리를
꺼리고 있는 점도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