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장미섬우화] (216) 제6부 : 장미섬 풍경 <10>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밤 9시쯤 되자 단란주점은 갑자기 열기를 띠기 시작했다.

    백옥자는 약간 취기를 느끼면서 백영치를 기다리고 있었다.

    백영치는 그녀가 원하는 나이는 아니지만, 소사장 생각에 그 정도는
    돼야 백옥자의 마음에 들 것 같다.

    소사장은 이제 부동산소개소는 그만 두고 전적으로 마누라가 하는
    단란주점에서 젊은 남자아이들의 뚜쟁이노릇을 하며 돈을 벌고 있었다.

    백영치가 오는 동안 소사장은 자연히 백옥자 여사의 말동무가 되어
    남자아이들이 벌이는 누드쇼를 구경하고 있다.

    누드쇼는 빨간 조명밑에서 두세명의 아이들이 아줌마들이 던져주는 돈을
    청바지 주머니에 넣고 디스코나 마카레나등 춤을 추며 옷을 하나하나
    벗다가 마지막에는 홀랑 벗어버리는 좀 야한 누드쇼였다.

    그러나 그 쇼를 보려면 5만원을 내고 호화스러운 조명이 있는 구석방으로
    들어가야 된다.

    비밀요정처럼 아는 아줌마들끼리 그룹을 이루어 술을 마신다고 찾아와서
    놀다가 그 중에 마음에 드는 청년과 어울려 독방으로 간다.

    주인은 5만원을 받고 룸을 빌려주고 청년은 몸값을 30에서 50만원까지
    수단껏 받아서 일당으로 챙긴다.

    그 곳의 주인 노릇을 하는 소사장 마누라는 마음씨가 좋고 인심이 좋다.

    소사장은 주로 낮에는 부동산사무실에 나갔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곳에서 배가 불러서 낮에는 사우나에 가 있거나 마누라와
    둘이 즐거운 드라이브를 하면서 보낸다.

    소대가리는 지구전에 강한 소깡쇠다.

    그의 별명은 쐬깡쇠였는데 마누라가 지어주었다.

    아무튼 그들은 정이 두터운 부부였다.

    소사장은 많이 취한 백옥자를 바라보면서 걱정한다.

    "여사님, 그렇게 취하면 영치가 와도 힘을 못 낼텐데요"

    "힘요? 내 힘은 모두 지코치가 가져갔어요.

    나는 별로 기대하지 않고 있어요.

    아무리 훌륭한 아이가 와도 지코치만 생각날텐데 뭐"

    소사장은 큰일났다고 생각한다.

    이 여자는 이제 지영웅 때문에 병이 단단히 들었다.

    실연을 당한 여자치고 저렇게 얌전한 여자는 드물다.

    자기하고 한번 놀아보면 좋으련만 자기는 지영웅과 놀던 여자들에겐
    게임이 안 된다.

    우선 외모가 안 된다.

    얼굴이 소상인데다 키도 작고 자보기 전에는 실감을 못 하는 쐬깡쇠 임을
    그 자신 잘 알고 있어서 아예 마누라외의 여자들에겐 내시같이 군다.

    그것이 소사장의 영업을 잘 되게 하는 구실도 한다.

    소사장의 핸드폰이 울린다.

    "저 영친데요, 오늘 두타임 못 뛰겠어요.

    박물개, 그 여자는 정말 징해. 다른 사람 소개해줘유"

    "그러니까 지금 와야 한다구. 얼굴만이라도 보이고 내일 만나면 될 거
    아냐. 너는 얼굴을 보여야 먹히는 애니까 하는 소리다"

    "알았시유"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2일자).

    ADVERTISEMENT

    1. 1

      [토요칼럼] 월간남친과 청년 정책

      마음에 드는 남자를 골라서 만날 수 있다. 레지던트, 검사, 아이돌 스타 등 직업도 다양하다. 지난 6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월간남친’의 기본 설정이다. 월간남친은 드라마 속 ‘가상 연애 구독 서비스’의 이름이다. 구독료가 월 50만원으로 꽤 비싸지만 데이트 상대 선택지가 900명에 이른다. 최근 넷플릭스 비영어 쇼 부문에서 한국 1위, 글로벌 1위에 올랐다.부서 회의 시간에 어쩌다가 이 드라마 얘기가 나왔다. 50대 부장이 젊은이의 트렌드가 궁금했는지 드라마의 인기 요인이 뭐냐고 물었다. 30대 초반 사원의 답이 흥미로웠다. “가상 연애에선 상처를 안 받잖아요.” 드라마 속 가상 연인이 그렇게 말한단다. “나는 절대로 너에게 상처 안 줘.”이성 관계에서 받는 상처는 꽤 깊고 아프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상 연애라니. 어쩌다 우리 젊은이들이 감정적 상처가 두려워 가상 연애 스토리에 빠져들게 됐을까. 그 배경에 대해 생각하던 중 한 초등학교 교사가 전해 준 이야기가 떠올랐다.5년 전 근무하던 학교에서 한 아이가 축구 경기 도중 넘어져 크게 다쳤다고 한다. 아이 부모가 자기 아이를 넘어뜨린 아이를 학교폭력 가해자로 신고하겠다고 하는 등 한바탕 소동이 일어난 후 교장이 특단의 조치를 내놨다. 축구 금지. 현재 근무 중인 학교는 운동회를 무승부로 끝낸다고 한다. 승패가 갈리면 진 편의 아이들이 패배감을 느끼기 때문이란다. 같은 이유로 졸업식에선 아무에게도 상을 안 주거나 모든 학생에게 상을 준다. 아이가 다치지 않고, 마음 상하지 않게 하는 것이 교육의 목표인 것처럼 보인다.하지만 상처를 주지 않으려 애지중지 키운 아이들은 역설적으로 상처에

    2. 2

      [랜드마크 대 랜드마크] 프랭크 게리가 추구한 21세기 건축의 비전

      노아의 방주가 맞다. 프랑스 파리의 불로뉴 공원 한쪽에 자리한 루이비통 미술관을 처음 본 순간, 그것은 유리로 만든 거대한 배였다. 항구에서나 볼 법한 커다란 배의 정면이었다. 낮은 숲으로 둘러싸인 공원에 곡면의 유리 외피로 둘러싸인 우뚝 솟은 건물은 우리를 세상의 일과 근심으로부터 벗어나도록 이끌어주는 노아의 방주였다. 그것은 영혼을 씻으며 새로운 각오를 다지게 하는 재탄생의 기지였다.이 건물을 의뢰한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원래 루이비통의 명품 철학보다는 영업력을 중시한다는 평을 받는다. 그가 이 건물을 프랭크 게리에게 의뢰했을 때 그의 주문은 “저를 위해 뮤지엄 건물을 지을 땅을 보러와 주세요”였다. 이 말 속에는 많은 의미가 있겠지만 그것은 루이비통을 위해서라는 뜻은 아니었다.루이비통과 헤네시의 인수합병 과정을 통해 배척된 루이비통 일가의 정신이라 할 수 있는, 사각형의 가방과 LV의 로고로 대표되는 이미지는 이 건물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프랭크 게리라는 건축가의 독특하고 창의적인 건축형식인 자유로운 곡선과 비정형의 은유만이 비친다. 아르노 회장은 그것을 원했을 것이다. 새로운 기업의 이미지를 이끌어갈 새로운 건축, 그리고 항해할 배, 그것은 게리의 작품 성향과 맞았으며, 1억유로에서 8억유로로 공사비가 증액됨에도 불구하고 추진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을 것이다.독특한 디자인으로 대표되는 프랭크 게리는 캐나다에서의 어린 시절 할머니 집의 어항에 든 잉어와 장난을 치며 지내는 것을 좋아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말다툼 끝에 아버지를 주먹으로 쳐 쓰러뜨려 아버지가 후유증을 앓자 따뜻한 미국 LA로 이사해 택배기사를 하

    3. 3

      [김영수의 디코드 차이나] 탈중국 넘어, 용중(用中)의 시대로

      중국 상하이를 찾는 한국인이 부쩍 늘었다. 1920년대 유럽풍 건축물이 즐비한 거리인 우캉루 등 주요 명소엔 트렌디한 차림새의 한국 젊은이가 자주 눈에 띈다. 여행객만이 아니다. ‘딥시크 쇼크’ 이후 중국 혁신 현장을 찾는 기업인과 정치인의 발걸음도 이어지고 있다. 이들이 던지는 질문이 있다. “중국에 아직 기회가 있는가?” 中 배제한 공급망 동맹은 한계2016년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탈중국 행렬이 이어졌다. 컨트리 리스크(국가 위험)는 현실화했고, 중국 기업의 역습이 시작됐다. 현대자동차, 삼성 스마트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대륙을 호령하던 시절은 아득해졌다. 여기에 미·중 경쟁 격화는 디커플링(탈동조화) 추세에 기름을 부었다. 중국을 배제한 시장과 공급망 재편 등의 영향 속에서 모두가 미국으로 눈을 돌렸다.중국에 밀리던 배터리 기업에도 기회가 왔다. 미국 자동차 빅3 기업과 수십조원대 합작 계약을 맺었다. 환호는 오래가지 않았다. 2025년 전기차 판매가 급감하자 빅3는 배터리 합작부터 칼을 댔다. 포드는 한술 더 떠 중국 CATL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기술을 라이선싱했다. 냉혹한 경제 논리 앞에 ‘탈 중국 공급망 동맹’은 한계를 드러냈다.결국 본질은 경쟁력이다. 모두가 중국과의 거리두기를 외칠 때, 새로운 협력 모델로 판을 바꾸는 기업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을 피하는 대신 냉정하게 역이용하는 ‘용중(用中)’의 지혜를 통해 시장·공급망·혁신, 세 축에서 조용한 변화가 진행 중이다.국내 기업 휠라(FILA)는 거대한 중국 시장을 재공략 중이다. 중국 스포츠 브랜드 안타(Anta)와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해 사업 운영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