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탕주의가 늘고 있다.

경기불황으로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가운데도 경마와 경륜 등 도박성이
강한 사업은 오히려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한국마사회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8월까지 경마장을 찾은 인원은 5백10만
여명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입장객만도 잠실주경기장 최대수용인원인 7만명을 훨씬 웃도는
8만명에 이른다.

하루평균 매출액은 3백17억원으로 지난해 2백62억원보다 21%증가했다.

자영업자, 개인택시운전사, 대기업 간부, 샐러리맨 등 경마장을 찾는
사람들도 다양하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명예퇴직, 감원 등으로 직장에서 쫓겨난 실직자들까지
가세.경마장은 그야말로 복마전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운영하는 경륜장도 매출액이 급속히 늘고 있다.

공단에 따르면 지난 95년 5천6백명수준이던 1일 평균 입장객수는 지난해
1만1천1백20명에서 올해 1만4천명으로 25%이상 늘었다.

이에 따라 하루평균 매출액만도 20억6천6백여만원에 이르고 있다.

공단관계자는 "특히 경마가 없는 금요일에 입장객이 몰리는 편"이라며
"주로 30~40대 남자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최고 3천배에 이르는 경마배당보다는 적지만 공돈을 노리는 사람들에게는
매력적인 대안이라는 얘기다.

여기다 말의 종류와 훈련상태, 기수 등 통제하기 힘든 변수가 많은 경마
와는 달리 선수 1명에 대한 분석만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단순성도
경륜의 또다른 매력.

김정석 한국 사이콜로지 연구원장은 "치솟는 물가와 극심한 취업난에 따른
불안감, 실직에 따른 허탈감을 한 건으로 보상받으려는 사회적 분위기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또 이러한 불안심리는 결국 일확천금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지고 최악의
경우 돈이 된다면 반사회적 행동도 서슴지 않게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검찰에 적발된 마약사범중 자금난을 겪던 중
떼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빠져 마약을 밀수한 중소기업인 관련사건이
20여건으로 전체 검거자의 12%에 달했다.

인천에서 컴퓨터 금형제조업체를 운영하던 안모씨는 사업부진으로 수억원의
빚을 지게되자 마약에 손을 댔다.

마약에 문외한이었던 안씨가 마약에 손을 댄 이유는 무엇보다도 고소익률이
보장되기때문.

홍콩에서 히로뽕 1백14g을 6만5천홍콩달러(약 6백50만원)에 몰래 들여오면
국내에서 원가의 5배나 되는 3천만원가량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 성남에서 인형제조업체를 운영하던 인모씨(41)도 일확천금을
꿈꾸며 마약을 밀매하다 검찰에 적발됐다.

검찰관계자는 "단지 돈을 벌 수 있다는 단순한 생각에 마약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초심자들이 마약거래를 하려고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극심한 불경기가 한탕주의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이심기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