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이 적정수준을 밑도는 외환보유고를 늘리기 위해 금융권에 수탁금
형식으로 지원한 달러화를 회수키로 했다.

8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지난 8월말 현재 3백11억달러로 적정선을
훨씬 밑도는 외환보유고 수준을 높이기 위해 수탁금을 회수키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수탁금 상환대상이나 규모 시기 등을 결정하기 위한 협의가 일부
은행을 대상으로 진행중이다.

외환당국은 해외차입 자체가 힘들고 외화자금 사정마저 안좋아 이중고를
겪는 시중은행에 대해서는 외화수탁금을 회수하지 않는 대신 현재 해외
차입이 가능한 산업 수출입 기업 등 국책은행들을 대상으로 상환을 요청키로
했다.

이에 따라 현재 글로벌 본드 발행을 추진키 위해 해외 로드쇼를 진행중인
산업은행이 1차 회수대상으로 선정될 것으로 보여지며 차입된 자금중 대략
4~5억달러 가량을 상환토록 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외환당국의 이같은 조치는 해외차입이 가능한 은행들로부터 수탁금을 회수,
외환보유고를 늘림으로써 대외결제능력과 국내 금융기관들에 대한 지원규모를
키우고 환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할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산업은행측은 한은 요구대로 수탁금을 상환하면 은행내부에서 필요한
외화자금 수요를 맞추기 힘들다는 이유로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당국은 산업은행에 이어 곧 해외차입에 나설 수출입은행에 대해서도
한은 수탁금을 회수할 방침이다.

한편 8월말 현재 한국은행으로 부터 수탁금 형식으로 지원받은 외화자금은
산업은행의 경우 올해초보다 4억달러 가량이 줄어든 51억달러, 수출입은행은
23억5천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기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