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이래 꾸준히 늘어오던 외환보유고가 다섯달만에 큰 폭의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우려할 만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말 현재의 외환보유고는 3백11억4천만달러로 7월에
비해 25억3천만달러나 줄었다고 5일 발표했다.

기아사태 등으로 해외차입이 어려워진 금융기관에 대해 외화를 지원해주고,
급등하는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보유 외환을 시장에 대거 내다팔았기 때문
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우리는 이러한 외환보유고의 감소가 당장 대외 지급능력에 문제가
생기고 시장혼란을 초래하는 심각한 위기상황에 직면했다고는 보지 않는다.

외환당국도 하반기 들어 무역수지가 개선되고 오는 10월 외국인 주식투자
한도가 늘어나게 되면 증가추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우리경제에서 나타나고 있는 여러가지 정황으로 보아 자칫
잘못될 경우 위기국면으로 발전될 가능성은 어느때보다 크기 때문에 신중한
관리가 필요하다.

우선 외환보유고의 절대액이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가 권장하는
적정수준에 미달하는 것은 국가경제의 대외신인도 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IMF가 제시한 적정규모는 평균 3개월간의 수입액으로 우리의 경우 3백60억
달러에 이른다.

이 기준으로 보면 지금의 외환보유액은 50억달러 정도가 모자라는 셈이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빠른 시일내에 상황이 호전되기 어렵다는 전망
때문이다.

하반기들어 무역수지가 다소 개선추세를 보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적자기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환율안정을 위한 한은의 외환시장개입이 당분간 불가피하고 연말
께는 외환위기를 겪고 있는 태국에 5억달러를 지원해야 하는 예정된 수요
까지 겹쳐 있어 낙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우리가 외환보유고감소를 간과해서는 안될 과제로 보는 이유도 그런
점에서다.

물론 외환보유고를 늘리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수출확대를 통해 국제수지를
개선하는 것 이외의 뾰족한 묘안은 없다.

외국인투자가 늘거나 외자 차입을 확대하는 방안이 있지만 이것 역시 국내
경제의 호전이 전제돼야 가능한 대안들이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해야 할 일은 단기적으로 외자확보노력을 기울이면서
더이상의 악화를 방지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예컨대 핫머니의 대거 이탈로 야기될지도 모르는 혼란에 대비하는 일 등이
그런 범주에 속한다.

이는 국내외환시장에서 원화의 환율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기아사태의 조속한 매듭과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을 해소하는 일도 중요한
대안중의 하나다.

금융경색이 풀리지 않아 부도기업이 속출하는 상황에서는 외국기업의
투자나 자금유입도 기대하기 어렵다.

때문에 기왕에 정부가 추진키로 한 여러가지 금융시장안정책을 좀더
서둘러 구체화함으로써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부족과 이에따른 기업들의
심리적 불안을 해소시켜 주는 것도 선결돼야 할 과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