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김일주후보의 압승으로 끝난 안양만안 보궐선거 결과는 정치대란설
이 나도는 등 예측불허인 "9월정국"의 기선을 야권이 제압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9월 정국은 조순 민주당총재의 가세와 이인제 경기도지사를 비롯한 제2,
제3의 여권후보 등장가능성 등 다자 대선구도의 밑그림이 어떻게 그려질
것인가가 최대 관심사다.

그런만큼 야권의 이번 보선승리는 이달부터 4개월간의 대장정에 들어간
15대 대선의 첫 단추를 여당보다 먼저 잘 채웠다는 점에서 산뜻한 출발로
평가할만하다.

무엇보다 야권이 오랫동안 공을 들여온 "DJP연합"의 폭발적 잠재력을
다시한번 실증해 보임으로써 정권교체에 대한 확신을 바탕으로 후보단일화
작업에 박차를 가할수 있게된 것으로 볼수 있다.

야권의 후보선정과정과 "내부수리중"인 여권의 사정을 감안해 볼때 이번
보선을 "대선전초전"으로 보기엔 무리이며 그야말로 "지역선거"일 뿐이라는
지적이 없지 않다.

그렇더라도 면밀히 따져보면 이번 보선결과가 지닌 의미는 자못 크며
앞으로 정국의 풍향계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야권으로서는 그동안 DJP연합을 여권이 주도하고 있는 정국의 종속변수로만
여겨 왔으나 이번을 계기로 하기에 따라서는 여권에서 누가 나오든 압도할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된 것이 가장 큰 성과로 보인다.

야권이 이번 보선에서 승리를 거뒀지만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입장을 동일
잣대로 비교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국민회의로서는 야권후보를 김대중총재로 단일화할 경우 어떤 대선구도하
에서도 필승이라는 "대세론"을 확산시킬 호기를 맞은 셈이다.

각종 여론조사결과 누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으냐는 항목에선 김총재가
단연 1위를 질주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일후보는 DJ가 돼야 한다는
분위기를 몰아갈 기회를 잡게됐다는 얘기다.

더욱이 최근의 잇단 TV토론에서의 "선방"과 이번 보선에서의 DJP공조
승리로 "DJ는 안된다"는 유권자층의 비판적 시각을 상당부분 희석시켰다는
평도 있다.

따라서 국민회의는 앞으로 DJ로의 후보단일화를 위해 특정사안에 있어
"독식"하기 보다는 자민련 몫 배려를 통해 믿을만한 파트너라는 인식을
심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자민련의 경우 지난 예산재선거 이후 와해위기에 몰리고 있다가 이번
승리로 꺼져가던 불씨를 다시 지필수 있게 됐다.

민주당이 조순총재를 내세워 대선정국에 뛰어들면서 사실상 제4당 위치로
밀렸고 이인제지사 등의 출현에 따라서는 입지가 더욱 축소될 가능성 속에
자민련이 무시할수 없는 일정지분을 갖고 있음을 확인하게된 것이다.

특히 본거지에서 잃은 "실지"를 수도권에서 회복했다는 점에서 자조적
분위기가 팽배했던 자민련이 재차 활기를 띠면서 앞으로 대선정국에서
캐스팅보트를 계속 쥐게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국당으로서도 이번 보선에서 그리 큰 손실을 입은 것은 아니라는게
정치권의 대체적 시각이다.

워낙 내부사정이 악화돼 있는 터라 더 잃을게 없었다는 지적이다.

신한국당은 이회창대표가 두 아들의 병역문제와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대통령의 사면문제 등 현안에 대한 패착이후 이렇다할 반전카드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국면전환용 대책은 당안팎의 "싱크탱크"에서 나와야 하지만 전.노씨 사면
문제 등에 대한 잇단 자충수로 보좌진이 융단폭격을 받음으로써 당분간
묘책이 나오기 힘들게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정간 협조조차 매끄럽지 않아 정부쪽에서도 국면전환에 도움이
될만한 정책 등이 제때 나오지 않는 총체적 전략부재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여권관계자들은 더이상의 분란만 생기지 않으면 대선에서의 여당불패
신화는 이번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으나 이번 보선패배의
책임문제를 놓고 비주류측의 공세가 거세질 것으로 보여 내홍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 김삼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