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가 났다고 잠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회사정리법과 파산법을
잘 활용하면 회사를 살리거나 책임을 면제받을수 있습니다"

"회사정리와 파산의 모든 것"(청림출판)을 펴낸 대법원 재판연구관 강영호
(40) 판사는 "도산된 기업이 회사를 정리하더라도 하청업체 등 중소기업들이
납품대금 등을 받을수 있도록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며 "이를 몰라 연쇄
도산에 휘말리는 업체가 의외로 많다"고 안타까워 했다.

이 책은 회사정리및 파산 신청에서 수행, 종결에 이르는 절차를 1백개
항목으로 요약, 일러스트와 도표를 곁들여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부도난 회사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언젠가 맞닥뜨릴지 모르는 곤경에
대처할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회사 설립만큼 퇴출과정도 중요합니다.

툭하면 도망가고 내몰라라 하는 것보다 합리적인 정리를 통해 갱생을 도모
하면서 남의 피해도 줄여야죠"

우리나라의 회사정리 건수는 90년 15건에서 95년에는 79건으로 늘었고
파산도 연평균 22건에 달한다.

불황의 골이 깊어진 최근에는 더욱 심각해졌다.

회사정리 대상은 자본금 20억원, 자산 2백억원이상인 회생가능 기업,
도산에 따른 사회적 파장이 큰 경우도 해당된다.

다시 일어설 때까지 채무를 동결시켜 해당기업과 관련 중소업체및 종업원들
에게 숨돌릴 틈을 주는 일종의 "특혜"조치다.

"이러한 법이 있는 줄 모르는 사람들이 많고, 알고 있어도 이용할줄 몰라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그래서 현장실무 위주로 알기 쉽게 정리했습니다.

이책이 도산에 직면한 사람들의 회생에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중소기업에 대한 예외조항은 81년부터 적용됐다고.

거래의존도가 25%이상인 중소기업이 소액채권을 변제받지 못해 현저한
지장을 겪게 될 경우 이를 지원하기 위해 관련법이 개정됐다.

"파산도 개인이나 기업에 모두 적용되는데 더이상 빚을 갚을수 없는 지경에
이르른 경우에 선택하는 최후수단이죠"

파산신청이 받아들여지면 모든 재산을 처분, 채권자에게 공평분배하고
본인은 무일푼 상태에서 인생을 새로 시작하게 된다.

파산자는 거주제한 구인및 감수, 통신비밀 제한 등 여러가지 제약을
당하지만 "복권"되면 이같은 조건은 해소된다.

신용카드 빚을 못갚은 교수부인과 자금난에 쫓기던 중소기업 대표가 신청한
파산이 최근의 예.

국내에서는 아직 드물지만 일본이나 미국에서는 흔한 편이다.

충남 대덕 태생인 강씨는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80년 사법시험
(22회)에 합격한뒤 서울 민.형사, 가정법원과 춘천지법 강릉지원, 서울지법
동부지원, 서울고등법원 판사를 거쳐 95년부터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고두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