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건의 파문"으로 신한국당 이회창 대표의
정치적 위상이 타격을 받은 것을 계기로 당내 비주류측이 조만간 "후보
교체론"을 본격 공론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대표측이 4일 임전태세를
가다듬고 있어 오는 8일 께로 예상되는 "대회전"의 귀추가 주목된다.

이대표측은 결전을 앞두고 정치 "아마추어"가 주도했다는 평을 듣던 참모
진영을 강재섭 정치특보와 윤원중 비서실장 체제로 재편한데 이어 이번주말
까지는 하순봉 전 비서실장과 함께 사표를 제출한 특별보좌역과 비서진에
대해서도 정비작업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비주류측의 "위기론" 확산 움직임과 대안 모색 필요성 제기 등의
공세에도 더 이상 우회하지 않고 정공법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나갈 사람"은 나가도록 한 뒤 남는 인사들로 일사불란한 대선 지원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얘기다.

이같은 전략에 따라 비주류측의 공세를 우려해 당무회의까지 연기했던
이대표측은 오는 8일 의원.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를 열어 "후보교체론" 제기
등과 같은 당의 분파작용에 강경 대처키로 했다.

이같은 강경 드라이브로 이대표는 일단 내주초에는 외형적으로나마 당을
"장악"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대표의 정권재창출 가능성에 대한 전망이나 그에 따른 대처방안을 놓고
당내에서 이런저런 얘기들이 있지만 "지든 이기든 이대표를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는게 현재로서는 대세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수에서 한참 밀리고 있는 비주류측은 당 내에서의 입지 마련
보다는 집단 탈당 등의 독자행보를 구체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인제 경기지사 등 비주류측은 그러나 상당기간 동안은 "당심보다는 민심이
더 중요하다"며 "역 명분론"을 확산시켜 나가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경선결과 불복"이라는 정치적 부담을 극소화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비주류측의 독자 행보는 추석 연휴가 지난 뒤의 이대표 지지율 변화
추이와 밀접한 함수관계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급락한 지지율이 회복되지 않을 때는 가속도가 붙을 것이나 반등 기미가
보이면 유야무야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대표측의 강삼재 사무총장은 이날 당직자회의에서 "8일 열릴 의원.지구당
연석회의에서 지금까지의 "얼굴 없는 발언"들을 전면에 내세워 허심탄회한
논의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보고했다.

당을 추스를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셈이다.

신한국당은 이날 또 여의도연구소의 리포트를 통해 "최근 언론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견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 비주류를 명분으로
압도하려는 작업을 개시했다.

이 리포트는 정치발전을 위한 자유경선의 중요성과 경선결과 승복이
민주정치체제의 기초가 된다는 점 등을 주로 지적하고 있다.

다분히 이인제 지사를 겨냥한 주장이다.

리포트는 또 두 아들의 병역 면제의혹과 관련해 이대표의 지지율이 급락한
것을 의식, "정치 선진국에서는 체중미달에 의한 병력면제라는 법과 제도가
불합리하다면 그 법과 제도를 개정하게 마련"이라며 "심증만으로 타인을
의심하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 박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