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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칼럼] 나라마다 다른 세계지도 .. 박영숙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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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9년 미국에서 공부할 때였다.

    교실벽에 세계지도가 붙어 있었다.

    어딘지 틀린 것같아 매일 쳐다보며 왜 이상한가 연구했다.

    지명이 영어로 쓰인 것이 달랐고 색깔이나 인쇄기술도 달랐다.

    그러나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알고 보니 지도의 중심에 북미대륙이 있었다.

    한국에서 20여년동안 봐온 지도는 동남아시아와 한국이 중심에 있고
    오른쪽에 미국, 왼쪽에 유럽이 자리잡고 있었다.

    82년 6개월동안 유럽여행을 하면서 유스호스텔에 붙어있는 지도를
    보니 유럽이 중심에 자리를 잡고 왼쪽에 미국, 오른쪽에 아시아가 있었다.

    그때 깨달았다.

    아하, 우리 모두가 자신이 지구의 중심에 있다고 믿고 있구나.

    어느나라에서나 자기민족이 가장 우수하다고 세뇌시키는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는 지도의 위치 변경이 설명되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물었더니 인간은 누구나 중요해지고 싶은 심리를 갖고 있는데
    국가나 민족주의자들이 그것을 교묘히 이용하는 것이란다.

    초등학교 자연책에 한국의 가을하늘은 세계 어디서도 볼수 없는 푸른
    하늘이라고 적혀 있어 나는 우리나라의 가을하늘에 대한 무지막지한 자긍심을
    갖고 있었다.

    그렇게 맑은 가을하늘은 우리나라밖에 없는 것으로 믿었다.

    그런데 유럽에 있는 펜팔 친구가 보낸 그림엽서에 우리나라 가을하늘보다
    더 아름답고 짙푸른 하늘이 나온 것을 보고 나는 엄청난 배신감을 느꼈다.

    나중에 유럽을 돌아다니다 보니 그들의 하늘도 사시장철 푸르고
    아름다웠다.

    그런 뒤 나는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하나하나 점검해보는 습관이 생겼다.

    어느나라건 자기나라 자기민족이 누구보다도 귀중해 보이므로 애국심
    고취와 국민 단합을 위해 그런 정신적인 선동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알게된 것이다.

    그것이 나쁘다는게 아니라 아니라 그것만 진실인줄 알고 다른나라
    사람들에게 인식시키려 들거나 대단한 것으로 자랑할 경우 "좀더
    성숙해져야겠구나"라는 얘기를 듣는 것이 부끄러워 해본 생각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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