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이회창 호"가 오는 11월26일 대선후보 등록일까지 순항할수
있을지 조차 불투명해지고 있는 가운데 국민지지도에서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이인제 경기지사가 내주초께에는 지사직을 사퇴할 것으로 보여 여권의 역학
관계 변화여부가 주목된다.

이지사는 3일 "선택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며 지사직 사퇴를 기정 사실화
했다.

그는 사퇴의 시기와 관련, "4일 열리는 경기도의회 임시회 도정답변에서
자신의 사퇴문제와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에 모든 것을 솔직히 대답하겠다"고
말해 이르면 이번주 중에 사퇴의사를 천명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이지사는 오래 전부터 상당수의 측근 인사들에게 대선출마와는 상관없이
지사직은 이번 기회에 사퇴하고 중앙정치무대에 복귀하겠다는 뜻을 피력해
왔었다.

이지사는 그러나 지사직 사퇴후 곧바로 탈당, 신당 창당이나 무소속 출마를
선언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결심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이지사 본인은 탈당에 대해 아직은 소극적인 입장이다.

그가 독자출마 여부에 대한 결심을 굳히지 못하고 있는 것은 당인으로서
자유경선의 결과를 승복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또 "이대표로는 정권재창출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지지도에서 훨씬 앞서는
이지사가 나서 정권을 창출하는것 만큼 여권에 더 큰 명분이 어디 있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 같은 판단을 내리기가 이르다고 보고 있다.

이지사는 경선승리자인 이대표가 당선되도록 도와야 한다는데 "당위론"에
이의를 달지 않고 있다.

다만 대통령선거라는 것이 누가 누구를 도와준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후보 자신이 "상품"인 만큼 이대표 스스로의 노력으로 지지율을
회복하는 등 "당선 가능성"이 보이면 자신도 지원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
이다.

그러나 추석연휴를 넘기고서도 이대표가 지금과 같은 격차로 선두에서
뒤쳐질 경우 자신이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당 창당이나 독자출마 여부에 대한 결심을 늦추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신한국당 내에서 이회창 후보로 정권재창출이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세를 얻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이 "대안"이 될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고
보기 때문인 것 같다.

이와 관련, 이지사는 최근 박찬종 이수성 고문과 서석재 의원 등을 만나
자신의 심경을 밝히고 이들로부터 상당히 "고무적"인 반응을 얻어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핵심측근은 이지사가 독자출마를 선언하게 되더라도 그 시기는 10월
이후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당 내에서의 후보교체 논의를 지켜보면서 한편으로는 이회창 대표나 자신의
지지도 변화 추이를 종합적으로 검토, 최종 결심할 것이라는 얘기다.

< 박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