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없는 달러박스".

국내 대기업들이 기술수출을 통한 해외시장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따라 반도체 전자 전기 등 일부 업종에 국한됐던 기술수출 분야가
광학 조선 건설 식품 제약 등으로 다양해지고 로열티 규모도 커지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의 기술수출이 이처럼 활기를 띠는 것은 수년전
부터 시작한 본격적인 R&D투자의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는데다 기술수출을
위한 마케팅활동 또한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전세계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카메라의 경우 최근 삼성항공이
카메라생산시설 및 기술을 인도 가전업체인 비디오콘사에 첫 수출키로 했다.

삼성항공은 올해말 오토포커스 기종의 카메라시설을 이전할 예정이다.

이 기술수출로 연간 3백만달러이상의 고정적인 로열티수입을 올리는 것은
물론이고 거대 이머징마켓으로 분류되는 서아시아시장을 본격 공략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삼성측은 설명하고 있다.

시공부문과는 달리 기술부문에서 후진성을 면치못하고 있는 건설도 기술
수출이 잇따라 추진되고 있다.

(주)대우 건설부문은 두벽체와 천정이 연결된 구조물을 생산, 이를 쌓아
올리는 공업화주택공법을 개발, 지난해 미국에 수출했다.

이 공법은 이달초 미국 상무성산하 특허청으로부터 특허를 취득했다.

그룹의 영문이름을 따 DWS공법이라 명명된 이 기술수출로 대우는 미국의
부동산업체 캐서린 톰슨사로부터 10년동안 매년 6백만달러 이상을 받게 된다.

벽산건설은 겨울철 도로 등의 결빙을 방지하고 시공비와 관리비를 종전에
비해 50%이상 줄일 수 있는 전도발열콘크리트를 개발, 해외 기술수출을
타진중이다.

국제특허를 준비중이어서 공식적인 기술이전계약을 미루고 있으나 이미
캐나다 일본 핀란드 등의 업체들로부터 기술이전제의가 들어와있다고 벽산
건설 관계자는 전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개발해 진도대교 남해대교 등의 유지관리에 적용하고
있는 현수교 시공단계해석시스템의 일본수출을 추진중이다.

신약분야에서도 올들어 신약 기술수출이 이어지고 있다.

LG화학은 최근 연구개발비 1백15억원을 들여 퀴놀론계 항생제(LB20304a)와
경구용 항응혈제(LB30057)를 잇따라 개발, 영국과 미국에 제조기술을
수출했다.

LG화학은 기술수출료 7천8백만달러와 함께 상품화 이후 막대한 금액의
로열티를 매년 벌어들이게 된다.

한미약품도 독자개발한 마이크로에멀전 제제기술을 스위스의 노바티스사에
이전키로 하고 계약금 1천4백만달러와 내년부터 15년간 총1천2백억원 가량의
로열티를 받을 예정이다.

물량위주의 수주전을 펼치던 조선분야에서는 현대미포조선이 처음으로
선박건조기술을 이란에 수출키로하고 지난 6월 이란의 신생조선소인
PGSC사와 계약을 맺었다.

현대미포조선은 기술인력을 현지에 파견, 올해부터 2만2천t급 다목적선
6척에 대한 설계및 선박건조 노하우를 전수할 계획이다.

식품분야에서는 우방그룹의 우방과학이 세계 최초로 천연DHA가 다량함유된
"축산물의 오메가-3 지방산" 생산기술을 개발, 최근 미국의 식품업체인
도코사푸즈에 기술이전계약을 체결했다.

우방은 기술이전료 1백50만달러와 함께 앞으로 이 기술이 적용될 제품
매출액의 3%를 로열티로 받게된다.

우방은 이밖에도 대만 일본등 다른 업체들과도 접촉을 갖고있다고
밝혔다.

대기업들이 이같이 기술수출에 박차를 가하고있는 것은 주요 상품시장이
세계 각국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으로 한계에 달한데다 고부가 신규시장선점
을 위해서는 기술개발및 수출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한데 따른 것이다.

특히 LG전자의 경우 오는 2001년을 "로열티제로의 해"로 정하고 기술개발을
가속화하는등 대기업들의 기술국산화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어 앞으로
기술수출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 김철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