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들의 해외기업 인수합병 (M&A) 시대가 열리고 있다.

해외기업 인수합병은 그동안 대기업들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중소기업들도 발빠르게 해외기업인수를 통해 글로벌경영에 나서고 있다.

해외기업을 3개나 인수한 의료기기 업체인 메디슨이나 일본기업을 인수해
수정진동자 사업에 뛰어든 미래통신 등은 선진국의 첨단 기술을 빠르게
확보할수 있는 전략으로 해외기업 M&A를 활용하고 있다.

또 경영이 어려워진 해외 유명기업은 인수후 경영정상화를 시키면
첨단기술과 노하우뿐아니라 현지 시장까지도 고스란히 얻을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수있다.

업계는 선진국의 경우 기술의 평준화로 중소기업도 첨단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해외 대기업으로 부터 첨단기술을 도입하는 것보다 이들
중소기업을 인수하는게 비용면에서도 저렴하고 기술취득 효과도 크다고
설명한다.

의료기기 전문업체인 메디슨은 첨단기술 취득을 위해 해외기업들을
잇따라 인수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메디슨은 최근 독일의 내시경업체인 MGB사를 인수, 해외기업을 3개째
매입했다.

이에앞서 지난해 오스트리아의 3차원 초음파 진단기업체인
크레츠테크닉사를 1천만달러에 인수했고 올들어서는 일본의 X선
촬영기업체인 아코마엑스레이공업을 35억5천만원에 매입했다.

일본 아코마엑스레이공업의 경우 지난해 매출 1백2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으로 메디슨은 X선 촬영기 사업에 신규 진출하면서 기술개발에
들어가는 것보다 지난해 적자를 낸 이회사를 인수해 경영정상화를 시키고
기술을 얻는 것이 빠르다고 판단했다.

이밖에 크레츠테크닉사나 MGB도 해당 분야에서 앞서가는 기술을 가지고
있어 메디슨은 이들을 인수해 자사의 앞서가는 마케팅능력이나 판매망을
활용, 빠르고 쉽게 첨단의료기기사업을 펼칠수 있다는 전략이다.

반도체 클린룸 공조시스템 업체인 신성이엔지 (대표 이완근)는 시장
장벽을 피하기 위해 현지 기업을 인수했다.

이회사는 삼성과 현대가 미국에 설립하는 반도체 공장에 클린룸공조
시스템을 공급하기 위해 사전 정지작업으로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클린룸
설비업체인 엔바이로플렉스사를 95년에 인수했다.

건설설비관련 업체들이 미국현지에서 수주를 하려면 현지실적과
라이선스를 갖추어야하는 등 시장 장벽이 있기 때문에 현지기업을
인수한것.

신성이엔지는 엔바이로플렉스사를 통해 올상반기 삼성과 현대가 미국에
설립하는 반도체 공장의 클린룸설비를 수주, 올해 약 2천만달러의 실적을
올릴 전망이다.

신성이엔지는 이를통해 엔바이로플렉스를 오는 2000년까지 외형
5천만달러 규모로 육성해 내년에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할 예정이다.

미래통신 (대표 민남홍)은 지난해 일본의 표면실장형 수정진동자
개발업체인 후지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해 미래테크놀로지 저팬을 설립하고
이기술을 들여와 국내 공장에서 실장형 수정진동자 부품을 양산할 계획이다.

정보통신기기 부품인 실장형 수정진동자는 국내에서 처음 생산하게되는
경박단소형 첨단부품으로 미래통신 민남홍 사장이 우연히 후지일렉트로닉스
사장을 만나 8천만원에 회사주식을 인수함으로써 첨단기술을 쉽게 얻을 수
있었다.

이밖에 양지원공구 (대표 송호근)도 올해초 60년 역사를 가진 독일
치절공구업체인 PWA를 4백만마르크에 인수해 치절공구사업에 진출했다.

폴크스바겐 GM 등에 기어가공용 호브와 나사공구를 공급하는 이회사를
인수해 미국 현지공장과 북아일랜드 현지공장과 함께 다국적 생산체제도
갖추게됐다.

한국볼트공업 (대표 송관섭)도 경영이 어려워진 50년 역사의 미국의
볼트 너트 제조업체인 텍사스볼트를 인수, 경영정상화를 이루어 이를통해
미국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있다.

국내 건설도장업체 1위인 (주)건설도장공업 (대표 차정웅)은 부식방지
도료를 수입하던 미국의 IC사를 지난95년말 전격 인수해 도료사업에
진출한 케이스.

이회사는 미우주항공국의 기술이전을 받아 IC사가 만드는 첨단
부식방지도료인 IC531이라는 제품이 마음에 들자 1년여의 노력끝에 미국
경쟁업체들을 물리치고 4백만달러를 투자, 지분 60%를 인수했다.

이회사는 IC의 첨단 도료기술을 들여와 다음달 김포에 부식방지도료
양산공장을 설립, 국내 시판과 함께 중국시장 수출에 나선다.

해외M&A는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현지 문화 및 노동환경차이 등으로
인수기업을 경영하는데 실패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주)건설도장공업의 차정웅 회장은 해외 M&A가 첨단기술 습득과
현지시장 개척에 효과적이지만 유명기업들은 대부분 경영이 악화돼
매각했기 때문에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이 이를 인수해 정상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서는 자금뿐 아니라 경영기법도 뒷받침이 돼야한다고 밝힌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