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첫날부터 선수들끼리 실랑이가 벌어지면서 대국이 중단되는 등
대국장이 한때 어수선해져 대회관계자들이 초긴장.

1라운드에서 맞붙은 중국과 대만 기사 사이에 뜻하지 않은 외교분쟁(?)이
벌어진 것.

중국대표 하이야난은 대만을 국가로 인정할 수 없다며 대만국기를 치우지
않으면 대국에 임할수 없다고 어필.

그러나 대만의 황레이루도 대만은 어였한 독립국가라고 주장하면서
그럴수는 없다고 강력하게 반발.

이처럼 두 기사가 각자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논쟁을 계속하는 바람에
대국은 자동적으로 10여분동안 중단.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벌어지자 중재에 나선 주최측은 "이번 대회가
국제대회인 만큼 소속국의 국기를 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득.

그러나 하이야난의 고집을 꺾지는 못해 대국진행에 차질이 빚어진것.

두기사가 자기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논쟁을 계속하자 주최측이 양국의
국기를 모두 치우기로 하는 중재안을 제시했고 두 사람이에 동의해
정상적인 대국 분위기를 회복.

이를두고 각국 기사들과 주최측은 중국과 대만 사이에 이처럼 감정의
골이 깊은 줄은 몰랐다며 혀를 차기도.

<>.대국장 옆에 있는 검토실에서는 조훈현 9단이 때아닌 "바둑과외"를
해 눈길.

이번 대회 초대위원인 알란 헬드 (스위스)씨가 사활문제 등 그동안
궁금했던 점을 물어보자 조9단이 바둑판에 돌을 놓아가며 친절하게 해설을
한것.

헬드씨는 처음에 "귀곡사" "유가무가 3패" 등에 대해 이해할수 없다고
고개를 갸우뚱.

조9단의 차분한 설명을 듣고서도 그는 "귀곡사"는 알수 있지만 "유가무가
3패"의 경우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

이에대해 조9단은 "유가무가 3패"는 흑 백 양쪽이 서로 잡을수 없는
경우라며 한국과 일본은 서로 다른 규정을 두어 이를 처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

즉 일본측은 무승부로 처리하지만 한국은 집이 없는 쪽이 죽은 것으로
규정한다는 것.

조9단의 이같은 설명을 들은 헬드씨는 유럽에서 대국할때 "유가무가
3패"가 벌어지면 양측이 서로 흥분, 대국을 중단한 때가 한두번이
아니라고 말해 주변은 한때 웃음바다.

바둑강의가 끝나자 통역을 맡은 임은숙(27)씨도 바둑용어를 몰랐기
때문에 가장 힘들었던 통역이었다고 한마디.

<>.이번 대회에 대한 일본측의 관심도가 남자프로대회 못지 않아
참가기사들은 일본기사에 부러운 눈길.

1일 전야제때 일본 응원단이 시선을 끌더니 대국장에도 모습을 나타내고
자국선수를 성원하고 있는 것.

20여명의 중년 남녀들로 구성된 이들 응원단은 일본기원 홋카이도
지부에서 특별 파견했다는 것.

이들은 전야제참석 대국관전 친선대국 등을 벌이고 3일 귀국한다고.

이들은 특히 2일 자국선수 야마시타 치푸미를 응원하는 한편 대국장
옆에 마련된 특별대국실에서 한국여성바둑연맹 회원들과 친선수담에 열중.

< 김형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