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2일 "두 전직 대통령의 추석전 사면불가"입장을 천명하자 이회창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매우 곤혹스런 표정이다.

특히 청와대가 4일로 예정된 이대표의 주례보고에 앞서 이를 일방적으로
발표하자 일부 당직자들은 김영삼 대통령의 의중이 "후보교체" 쪽으로 기울지
않았느냐며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이대표의 한 측근은 "이대표 체제론 어렵다는 "구원투수론"이 당내에 확산
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같은 청와대의 발언은 결과적으로 이대표의 입지를
극도로 좁혀 놓았다"며 "대통령이 너무 하지 않느냐"고 볼멘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날 강삼재 사무총장 주재로 열린 당직자 간담회는 이런 당내 분위기가
그대로 투영됐다.

강총장은 간담회 내내 굳은 표정을 지었고 회의 분위기도 썰렁했다.

박범진 총재비서실장은 "전.노씨 구속은 역사 바로세우기의 일환으로 이뤄진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이었다"면서 "선거를 앞두고 표만을 의식해 이미 "언론
플레이"를 통해 사면론을 제기해 놓고 어떻게 대통령에게 건의할수 있느냐"고
노골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이제 당내에서는 이대표 측근들의 미숙한 정치행태에 대한 비난과 대선전략
부재론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이대표측은 그러나 김대통령의 이같은 입장표명에도 불구, 이대표가 주창한
"국민대통합"을 적극 뒷받침한다는 차원에서 4일 청와대 주례보고에서
두 전직 대통령의 추석전 사면이 어렵다면 임시적인 형집행 정지라도
건의키로 했다.

또 사면건의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발생하는 치명적인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면은 전적으로 대통령의 권한"이라고 한 걸음 물러서는 모습을
취했다.

한 특보는 "다소 진통이 예상되지만 두 분이 직접 만나 논의하면 잘 풀릴
것"이라며 "추석연휴 3~4일만이라도 임시적으로 형집행을 정지시켜
두 전직 대통령이 고향을 방문해 성묘할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 김태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