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끝난 국내 남녀대회는 공히 4타차 역전승이었고 흐름도
비슷했다.

슈페리어오픈 우승자 박노석과 유공 인비테이셔널 우승자 김미현은
모두 이글을 계기로 상승세로 돌아섰고 3라운드 선두였던 최상호와
정일미는 상대방의 솟구침에 비례해서 "어쩔수 없는 압박감"에 무너졌다.

잭 니클로스는 말했다.

"골프대회는 두개의 전혀 다른 대회로 구성된다.

3라운드까지는 코스와 싸운다.

그러나 최종라운드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일 뿐이다"

니클로스의 얘기는 박노석의 말과 연결된다.

박노석은 그의 첫우승대회인 SK텔레콤대회가 끝난 후 "이제까지는
어떻게 해야 우승하는지 몰랐었다.

그런데 이제는 우승하는 방법을 알 것 같다"고 표현했다.

우승하는 방법이란 알게 모르게 다가오는 우승 찬스, 그 하나의 샷을
느끼는 것이다.

박노석은 최종라운드 2번홀에서 최상호의 더블보기때 버디를 잡으며
그 찬스를 느꼈을테고 김미현은 10번홀 이글후 12번홀부터의 3연속 버디로
대번에 흐름을 바꿨다.

3라운드까지의 선두 최상호와 정일미는 골프가 막연해질 수 밖에 없었다.

여기서 독자들은 "결국 골프 승부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 아니라
상대방과의 싸움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흔들리지 않으면 상대의 추격도 한계가 있는 것"이 골프.

"우승 방법을 터득한" 박노석, 그리고 올들어 교차되는 "김미현과
정일미의 역전 퍼레이드"는 모두 그들 골프를 더욱 성숙시킬 것이다.

그것은 국내남녀대회의 경쟁성이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