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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칼럼] 아름다운 뺄셈 .. 홍문신 <대한재보험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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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야생화를 찍으러 다닌지도 3년쯤 된다.

    처음 야생화를 찍기 위해 나갔던 기억이 새롭다.

    포천을 지나 광덕산 눈덮인 골짜기에서 봄의 전령인 노란 복수초를
    발견하였다.

    가끔 신문이나 달력에서 눈속에 핀 복수초를 보았지만 내눈으로 그것을
    처음 보았을 때의 놀라움은 대단하였다.

    그 해는 여기저기 야생화 촬영팀을 따라 다니며 제비꽃 솔채꽃 앵초
    금강초롱 동자꽃 쑥부쟁이 등 계절에 따라 피는 갖가지 꽃을 만나며
    서투른 카메라 셔터소리에 세상의 어지러움을 떨쳐 버릴수가 있었다.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먹었을까"라는 소설이 있지만 어릴때
    산천에 지천으로 널려 있던 싱아를 다시 만나게 된 것도 그해 봄이었다.

    여름휴가 때는 본격적으로 야생화를 찍으러 며칠씩 군부대가 있는
    향로봉에 오르기도 했다.

    야생화와의 인연은 나에게 새로운 가르침을 깨우쳐 주기도 했다.

    봄꽃은 키가 작다.

    처음에는 그런 꽃을 위에서 내려찍을 줄 밖에 몰랐다.

    그런 사진 속에서 봄꽃의 아름다운 진면목은 찾아볼 수 없다.

    카메라의 앵글을 키작은 봄꽃보다 낮게 잡을 때 그 아름다움은 몇십배로
    커지게 된다.

    눈높이 교육이란 말이 있는데 그 연약한 한송이 꽃앞에 큰 스승같은
    배움을 얻게 된다.

    또 흔히 사진은 "빼기의 예술"이라는 말을 하는데 야생화 촬영작업을
    하면서 그것을 실감하였다.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야생화 군락을 만날 때마다 그어느 한송이도
    버리기 아까워진다.

    그러나 꽃이나 주변의 아름다운 것을 한장의 사진에 모두 담을 수는 없다.

    결국 주위의 자질구레한 것을 빼나가야 한다.

    나중에 정리해서 보면 주제와 부제가 잘 배열된 것이 빼어난 작품이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네 세상살이도 결국 뺄 셈이구나"라고 생각케
    된다.

    이것저것 모두 중요한 것 같지만 빼고나면 욕심도 없어지고, 세상살이가
    한결 투명해진다.

    그러나 야생화를 찍으며 터득한 이 "아름다운 뺄셈"을 현실에서는
    실천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 범인들인가 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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